안타깝게도, 12일은 한국의 날이 아니었다.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아시아 극서(極西)의 작가를 호명한 순간, 대륙 반대편의 우리 문학계는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을 또 한 번 절감해야 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우리 문학 세계화의 문제점은 예년과 다르지 않다. 영어권 고급 독자들의 가슴을 적실 수 있는 유려한 번역 문장을 지니지 못했다.
최근 번역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민족분단, 통일 등 한반도의 오래된 이데올로기적 감성에 편중돼 폭 넓은 세계 독자층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한림원의 가시권역에 든 우리 문인들이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지지 못했다.
문단의 한 인사는 “노벨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 문학이 얻을 후광까지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작가의 나이나 명망, 우리 문단에서의 영향력 등에 좌우되지 말고 정말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작가 가운데 한 명인 고은 시인의 경기 안성 자택 대문에는 시인의 이런 글이 붙어 있었다.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닌 듯 합니다. 타인의 향연을 축하합니다. 지금 한반도는 이겨내야 할 시련을 맞고 있습니다. 내 문학의 정진은 계속될 것입니다. -2006년 10월 12일 아침”
시인이 쓴 ‘시련’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서 비껴나간 한림원의 선택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의 장구한 문학이 한결 같이 뿌리를 대 온 한반도의 정치 현실과 동북아 정세, 평화와 통일의 시련일 수도 있고, 응분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우리 문학 전반의 그늘에 대한 안타까움일 수도 있다. 그의 말처럼, 내년을 위해 우리가 이겨내야 할 시련들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안성=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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