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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핵사태 속에도 삿대질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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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핵사태 속에도 삿대질 국회

입력
2006.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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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당의 의원총회 때문에 본회의가 1시간씩이나 늦어졌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3시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을 탓하는 발언을 하자 일순간 한나라당 의원들이 웅성거렸다.

곧바로 임 의장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라며 벌컥 화를 냈다. 입법부 수장이 의장석에 선 채로 이례적으로 고함을 치자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임 의장은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 "뭐가 어떻다고? 의회의 기본질서도 지키지 못하고… 한시간씩이나 연기했으면 와서 얘기해야 할 것 아니야, 양당 대표 나오세요,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거야 정말."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 단상으로 뛰쳐나가 긴급 현안질의를 시작한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 옆에서 "이런 의장 자격 있습니까, 사과하십시오"라며 의장에게 삿대질을 했다. 우리당 의원들이 "나가버려! 그만해!"라고 소리치며 맞대응을 하자 한나라당 의원들도 모두 퇴장했다.

이날 풍경은 북한 핵실험으로 긴급현안 질의를 한다며 국정감사 실시를 이틀 미룬 우리 국회의 현주소이다. 지난 10일부터 사흘채 계속된 현안 질의에서는 반복되는 질문과 정치 공세, 윽박지르기만 난무했다.

여야는 북한 핵실험 사태에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며 국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을 논의했지만 문구를 놓고 맞서는 바람에 결의안 채택에 사흘이나 걸렸다.

한나라당은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사업 중단 및 대북 포용정책 변경 등의 내용을 결의안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열린우리당은 이에 반대하면서 북한의 핵실험 규탄 내용만 넣자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까지 통일외교통상위의 양당 간사는 문구의 삽입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이를 지켜본 국회 관계자는 "여론의 비난이 부담돼 가까스로 합의를 하고 말았다"고 고백했다. 일본 국회가 이미 10일(중의원)과 11일(참의원) 여야 합의로 대북 결의안을 채택한 것과 대비되는 풍경이다.

박석원 정치부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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