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정유사인 SK㈜가 지난해 인수한 자회사인 SK 인천정유에 대한 '우량화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12일 SK㈜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이사회를 열어 1조6,000여 억원을 투자, 2008년 하반기까지 울산에 세울 세번째 고도화설비(중질유 분해시설) 자산을 11월1일자로 인천정유에 양도키로 했다.
또 이번 추석연휴 기간에는 신헌철 사장이 울산 고도화 설비의 공정설계를 맡은 미국 휴스턴의 '스톤 앤 웹스터' 본사를 직접 방문, 공장 조기완공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울산의 고도화 설비는 당초 일정보다 훨씬 빠른 2008년 상반기중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고도화 설비는 벙커C유 같은 값싼 중질유를 고부가가치의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전환해주는 시설. '누룽지로 다시 쌀밥을 만드는 장치'에 비유되기도 한다. 정유사의 미래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시설인 셈이다. 특히 고유가 시대일수록 저가의 중질유와 고가의 경질유 격차는 벌어질 수 밖에 없어, 중질유를 재활용해 경질유를 뽑아내는 고도화설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SK㈜는 현재 하루 10만 배럴을 정제할 수 있는 2개의 고도화 설비를 울산공장에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추가로 설비건설을 결정한 상태. 바로 이 세 번째 고도화설비를 인천정유에 넘겨주기로 하고 조기완공을 위해 CEO까지 나선 것이다. 고도화 설비가 전무한 SK 인천정유로선 이 시설을 양도받을 경우 경쟁력이 한층 배가될 전망이다.
SK인천정유는 지난해 SK㈜로 인수된 빠르게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올 상반기엔 지난해보다 176억원이 늘어난 52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석유부문은 전년도 영업손실에서 333억의 이익으로 개선됐다.
SK㈜가 인천정유에 대해 이처럼 각별한 애정을 쏟자 일각에선 양 사의 합병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결정된 것이 없으며 합병은 인천정유가 확실히 홀로서기를 한 다음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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