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1일 북한에 대한 독자적 추가 제재를 결정한 것은 국제외교와 국내정치에서 모두 주도권을 잡겠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북한 핵 실험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국가는 일본이기 때문에 일본이 솔선해 엄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따라오지 않는다”며 제재 결정을 주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제재결의안을 채택하기 전에 국제사회에 북한 핵 실험의 당사자는 일본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고 일본의 강경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속내를 담고 있다. 일본의 정치풍토상 매우 이례적으로 늦은 밤에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제재를 결정한 것도 예상보다 신속하게 진행된 안보리 협의를 의식한 것이었다. 10일 밤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결의안에 전향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도 고립을 우려했던 일본이 나홀로 제재를 결정하는데 힘이 됐다.
당초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 실험 확인을 추가 제재 발동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북한을 확실하게 제재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연계하며 안보리 결의안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장하는 외교’를 앞세우고 있는 아베 총리는 일본의 제재가 유엔 결의안과 겹칠 경우 ‘아베 외교’의 독자색이 흐려질 것을 우려해 결국 칼을 뽑아 들었다.
한편으로 아베 총리는 일본의 독자적 제재 결정이 국내정치적으로 리더십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일본의 절대적 위협이라고 규정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결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도 상승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22일 중의원 보궐선거(가나가와 16구, 오사카 9구)를 앞둔 정부 여당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일본 정부의 제재 결정 발표문에 일본인 납치문제를 넣을 것을 직접 지시한 것은 보궐선거를 고려한 것이다. 선거 현장에서는 아베 총리의 한국ㆍ중국과의 정상회담 성과와 함께 새로운 ‘북풍’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송일호 북ㆍ일 국교정상화 담당대사는 12일 평양에서 교도통신과의 회견에서 “일본정부가 추가 대북제재에 착수하면 반드시 필요한 대항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구체적 조치는 언젠가 알게 될 것이며 빈말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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