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축구’를 표방하고 ‘베어벡호’가 출항한 지 4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이전의 한국 축구와 별다른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 시리아전 단조로운 공격패턴… 필승 의지 '공허'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07 아시안컵 B조 예선 5차전은 베어벡호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판이었다. 시리아전은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을 노리는 상대를 만나면 고전하는 한국 축구의 예전 모습을 답습한 경기였다. ‘골 결정력 부족’, ‘포백 라인의 허술한 조직력’ 등 우리 귀에 익숙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도처에서 쏟아지고 있다.
설기현(레딩), 이영표(토트넘), 조재진(시미즈), 김남일(수원) 등 8일 열린 가나전 출전 엔트리에서 제외한 베테랑들을 총출동시켰지만 경기 내용은 한 마디로 기대이하였다.
시리아전에서 팬들을 가장 답답하게 한 것은 단조로운 공격 패턴. 베어벡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8,9회의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을 얻지 못한 것이 아쉽다. 추가골을 넣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가 주창한 ‘생각하는 축구’의 요지는 실전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에 있다. 한국은 이날 90분 내내 양 측면 돌파를 이용한 크로스에 의한 득점을 노렸을 뿐 득점 루트를 다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 대표팀이 보여준 단조로운 공격 전술은 그가 표방한 ‘생각하는 축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용병술과 전술적 대응 능력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특히 중앙 수비는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동진(제니트)-김상식(성남)으로 이어지는 중앙 수비 조합은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수 차례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김동진은 소속팀에서 측면 수비수를 맡고 있고 김상식은 중앙 미드필더 요원인 점을 감안하면 베어벡 감독의 ‘실험’은 도박에 가깝다는 평가다.
베어벡 감독은 ‘시리아전 필승’을 입이 닳도록 강조했지만 1-1 무승부 상황에서 단 한 명의 선수 교체도 하지 않았다. 승리를 노렸다면 후반전 조커를 투입,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후반 들어 무뎌진 모습을 보인 공격진을 교체하지 않은 것과 돌파구를 뚫을 수 있는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안이하게 경기에 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용병술이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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