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미국 정보당국은 첩보위성을 통해 남포항을 떠난 북한 국적 ‘서산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각종 정보분석을 통해 이 선박에 스커드 미사일이 선적돼 있고 예맨으로 간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미 군사당국은 서산호가 아라비아해 공해에 진입할 무렵 동맹국인 스페인 해군을 통해 인근에 스페인 함정에게 검문검색을 요청했다. 스페인 함정 2척과 무장헬기는 서산호에 접근, 정선을 명령했고 특전요원이 선박을 접수했다. 그러나 적법한 거래를 주장한 북한과 예맨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나포를 풀게 된다.
우리측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 참가하게 되면 미국, 일본 등 PSI 참가국들과 공조 하에 한반도 주변 해역은 물론 세계의 바다에서 이런 방식으로 대량살상무기(WMD) 선적 의심선박에 대한 검문검색 및 나포 등 해상차단 작전을 벌이게 된다. 물론 우리의 주 대상은 남포항, 김책항 등 북한에서 출항하는 선박이다. 특히 제주해역은 북한 관련 선박의 검문검색을 위한 초소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의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14척이 제주해협을 통과했다.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해 대대적인 검문검색 활동이 벌어질 경우 이들 선박이 한미일의 감시망을 뚫을 방법은 거의 없다. 하늘에서는 첩보위성이 감시를 하고 있고, 바다에서는 ‘신의 방패’로 불리는 이지스함이 지키고 있다. 2004년 일본 도쿄만에서 벌어진 14개국 합동 PSI 해상훈련 당시 4척 이상의 이지스함이 동원됐다.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합동 검문검색이 실시될 경우 북한 역시 함정을 동원, 자국 선박에 대한 보호에 나서면서 군사충돌이 야기될 수 있다. 극단적 경우에는 북한이 검문 함정에 대해 미사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한반도 수역에서의 PSI 활동이 이루어질 경우 애초부터 PSI 활동을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은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도발로 맞대응 할 수도 있다. 우리 측이 미국의 끊임없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옵서버 참관만 할뿐 정식 참가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나아가 미국은 WMD 선적 선박에 대한 공해상 검문검색 등 PSI 활동의 법적 근거로 WMD 확산 및 지원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2004년 유엔 안보리 결의 1540호를 들고 있지만,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해양법상 공해상 검문은 해적, 노예거래선, 무국적 선박에만 할 수 있게 돼 있고 WMD는 제외돼 있다. 북한과 끊임 없는 법적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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