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현정은 회장이 절체절명의 시험대 위에 올랐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지난 15년간 지속돼 온 대북사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회장은 지금 비장한 모습이라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남편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목숨까지 내던지며 지속해온 사업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한다.
11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단 한명의 관광객이 있더라도 금강산 관광사업을 끝까지 계속하겠다"고 말한 것도 현 회장의 이런 각오를 뒷받침해준다.
사실 현대그룹은 최악의 상황이다. 1998년 이후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고, 그것도 모자라 대북송금 문제로 고 정몽헌 회장이 세상과 결별했고, 온갖 우여곡절 끝에 겨우 지난해 적자를 면하는가 싶더니, 이젠 북핵 폭풍이 덮치고 만 것이다.
위기는 금강산 관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0일 출발이 예정됐던 관광객 1,263명 중 30%에 이르는 395명이 금강산행을 포기했다.
11일 오전에는 관광객 886명 중 43%인 381명이 관광을 접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예약 취소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현재 상황으로선 어쩔 수 없는 추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사업도 큰 위기에 처했다. 이 달 말 예정됐던 개성공단 본단지 분양은 무기한 연기됐다. 입주 업체들은 개성 땅에서 공장을 돌리는 마당에 북측을 내놓고 비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측 정부를 마냥 원망할 수도 없는 곤혹스런 처지 속에 마음만 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 신규입주를 기대하기란 힘든 실정이다. 금강산과 개성이 실패한다면 현대그룹으로선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다.
현대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밀고 간다는 입장이다. 현 회장은 북핵 사태가 터진 직후 임원회의에서 "정부나 북한에서 별도 통보가 오기 전까지는 대북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북한 체류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현 회장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갈지 주목된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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