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10일 방송한 ‘현장르포! 파이트클럽’이 당초 기획 의도와 달리 싸움 모임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날 방송은 음성적으로 번지고 있는 파이트클럽의 실태를 밀착 취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문화를 짚어본다는 취지로 제작됐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음지의 모임을 끄집어 내 상세히 소개함으로써 오히려 미화 또는 홍보 효과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날 방송은 파이트클럽의 가입 절차 및 운영 방식 등을 소개하고 회원들의 훈련 모습,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재연한 격투 장면 등을 보여주는데 방송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현장르포’보도 형식의 특성을 감안해도 싸움 기술 연구와 무기 수집이 취미라는 한 청년을 인터뷰하면서 손가락에 끼워 사용하는 소형무기 ‘너클’을 몇 차례 클로즈업 해 보여주거나, 싸움을 놀이나 문화로 미화하는 인터뷰 대상자들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소개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진행자는 방송 말미에 이 같은 현상이 “사회에 만연한 폭력문화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든 폭력은 용인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실태는 ‘생생히’ 보여준 반면, 문제점 지적은 진행자의 마무리 멘트로만 간단히 처리해 기획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방송 후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고발이 아니라 홍보였다”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싸움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 하듯 암투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소개된 파이트클럽 ‘쌈모’가 방송 직후 네이버 인기검색순위 1위에 올랐고, 11일 오후까지도 3, 4위를 유지했다. 일부 네티즌은 ‘쌈모’에서 탈퇴한 최모(고3)군 인터뷰 내용에 대해 신원 노출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제작진은 “지나치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권문혁 책임PD는 “음지의 일을 왜 끄집어내 방송하느냐는 비판은 언론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취재원 보호도 취재윤리에 어긋나지 않게 충분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나 드라마, 인터넷 등에 폭력문화가 널려있는데 그것을 지적한 방송을 오히려 문제 삼는 것은 표적 비난”이라고 덧붙였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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