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포용정책 기조의 수정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우선 한나라당이 포용정책의 즉각적 중단을 연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포용정책의 포기는 안된다”고 기조 유지를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도 이 논란에 가세했다. 여기에다 여권 내 정부와 여당 사이에서도 이견이 드러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포용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1차적으로 여야 정당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의 결과로 포용정책을 재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한나라당은 아예 전면적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 전날에 이어 11일에도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와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연일 파상공세를 펼쳤다. 한나라당 주장의 요지는 “포용정책이 진행된 8년여 동안 총 8조원 상당을 북한에 퍼줬고, 이것이 북한 핵실험을 불렀다”는 것이다. 이어 “그 전제도 추진방법도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이 증명된 만큼 포용정책을 폐기하라”고 주장한다. “일체의 대북 지원 경협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김형오 원내대표)는 공세도 뒤따른다.
우리당의 입장은 정반대다. 단기적으로는 단호한 대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포용정책 기조를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포용정책의 기조 위에서 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포용정책 포기는 더 큰 위기를 자초한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이런 맥락이다.
제재 등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렵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ㆍ평화적 해결에 진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 끈을 끊으면 다시 잇기 어렵다는 인식도 있다.
이런 와중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 폐기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편에 섰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 실패로 핵위기가 왔다는 것은 해괴한 이론”이라고 맞섰다.
당정간 이견 노출도 혼란스럽다. 정부측은 ‘상황변경’을 이유로 포용정책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계속 내놓고 있다. 노 대통령에 이어 한명숙 총리도 “포용정책을 썼음에도 북핵을 막지 못했다. 전면 포기는 아니지만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당은 정부가 너무 나갔다는 인식이다. 김근태 의장은 11일 “지금은 평화번영정책을 폐기할 때가 아니고 적극적인 대화 재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상황이 어려울수록 교류협력을 지켜나가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뿐 아니라 개혁성향, 386 의원그룹들도 동조하고 있다. 오히려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했던 점이 남북간 신뢰구축을 가로막았다”(천정배 의원)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당정간 시각차 노출은 향후 당정간 갈등 요소까지 내포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여당이 우물쭈물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는 비판도 받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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