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의 땅 캄보디아에 한국인에 의해 최초의 야구단이 탄생했다. 팀 이름은 ‘프놈펜 블루웨이브즈’(프놈펜의 푸른 파도). 지난해 교수직을 버리고 캄보디아로 떠난 김길현(51) 전 이화여대 교수가 이 팀의 창단자다.
현재 캄보디아의 유일한 대학인 프놈펜왕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교수는 “야구는 팀워크와 도전정신, 희생정신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이라며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체력을 키우고 성취감과 규칙을 따르는 법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블루웨이브즈는 프놈펜왕립대 학생 20여명으로 이뤄져 있다. 평생 야구글로브 한 번 끼어본 적 없는 학생들이지만 연습에 임하는 투지는 메이저리거에 뒤처지지 않는다. 김 교수는 “전용 구장도 없이 눈치를 보며 연습하는 처지지만 선수들 모두 최초의 야구선수라는 긍지를 갖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전문코치나 감독을 구할 형편이 못돼 김 교수가 단장 겸 감독, 코치의 1인 3역을 맡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 선수로 뛴 경험이 있는 열혈 야구맨이. 김 교수는 “서울의 지인들의 도움으로 방망이와 공, 글러브 등을 지원받고 있다”며 “내년 1월쯤 첫 경기를 가진 뒤 몇 개 팀을 더 만들어 정규 리그를 꾸릴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화여대 약학부, 분자생명공학부 교수였던 김 교수는 지난해 9월 오랜 꿈이던 해외선교를 위해 미련없이 사표를 썼다. 주위 사람들은 가시밭길을 가려는 그를 만류했지만 그는 “킬링필드에 희망의 싹을 틔운다는 생각에 오히려 가슴이 설??蔑굅?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캄보디아를 택한 것은 전쟁과 가난이라는 한국과의 공통된 경험 때문이다. 그는 “한국은 교육을 통해 전쟁의 폐허에서 재도약할 수 있었다”며 “오래 전 외국인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대학을 세워 인재를 키워냈듯이, 참혹한 내전의 고통에 시달리는 캄보디아에 교육의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목표는 캄보디아에 생명공학과 정보통신 분야 중심의 국제수준의 대학을 세우는 것. 수백만 달러의 재원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몇몇 단체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대학 설립사업은 조금씩 진척을 보고 있다.
그는 “이화여대 교수 40여명이 매달 급여에서 일정액을 떼 후원금을 보내주는 등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캄보디아의 지도자를 길러내는 대학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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