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자 전 연세대 총장과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1990년대 중반 ‘사학의 맞수’를 이끌었던 36년생 동갑내기 전직 총장 두 사람이 서울에 들어설 새 자립형사립고 설립 주도자로 또 다시 ‘맞서게’ 됐다.
서울시가 지정한 ‘길음 뉴타운 자사고 우선 협상대상자’인 라성 정형기 재단은 11일 “학교 설립과 운영, 신입생 선발에 이르는 모든 업무를 관장할 학교준비위원회를 12월 중 구성할 계획이며, 홍 전 총장을 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홍 전 총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인문학자(국문)이자 교육자로 명망과 능력을 함께 갖춘 분”이라며 “평소 친분이 있던 (재단) 설립자 정형기 회장이 ‘준비위원장을 맡아 기존 자사고와 차별화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홍 전 총장이 이를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길음 자사고와 함께 서울의 양대 자사고 자리를 예약해 놓은 은평 뉴타운 자사고 뒤엔 ㈜대교 회장을 맡고 있는 송 전 총장이 떡 버티고 서 있다. 대교 관계자는 “송 전 총장은 평소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과 함께 은평 자사고 설립에 깊은 애착을 보이며, 맨 처음 학교 구상 단계부터 운영까지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 우수 학교와의 학점 교류 등 차별화 프로그램도 회사 내 TF팀과 송 전 총장의 협의 후 나온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대교 측 역시 올해 안으로 학교경영자 교육관료 교사 중에서 능력과 명망 있는 인사를 선발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초빙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동 시대에 라이벌 대학의 총장을 지낸 두 사람의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현재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인 홍 전 총장은 94~98년 고려대 총장 재임 당시 명심보감을 학생들의 필수 교양과목으로 넣어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전형적인 선비 스타일이다.
송 전 총장은 92~96년 ‘회계학 전공 세일즈 총장’ ‘원조 CEO형 총장’ 등으로 불리며 연세대 총장으로 일했고, 당시 축제 때 학생들과 어울려 디스코를 추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돼 ‘파격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기도 했다. 송 전 총장은 이후에도 명지대 총장,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등 교육계 요직을 두루 거친 후 공교육의 울타리를 떠나 2001년 대교로 자리를 옮겼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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