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교육은 폭 넓은 인식능력과 창조성을 키우는 것이며, 그 방편으로 논술교육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대입논술전형 확대에 따른 시비도 이런 원론이 아닌, 시기와 방식에 대한 논란이다. 문제는 일선 학교들이 현실론을 들어 교육을 기피하는 사이 논술 사교육바람이 거의 광풍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그대로 둘 경우 사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역할을 넘어 사실상의 대체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될 것이다. 국가기능의 한 축을 허무는 심각한 사태다.
그러므로 학교는 더 이상 논술교육에 방관자적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 단답형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 논술이 그 유효한 대안이라면 여건 탓만 할 일이 아니라 당장 교사들부터 교육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당할 뿐더러 현실적으로 필요한 교육인데도 이런저런 핑계로 피하는 것은 교사로서 중대한 직무유기다.
하지만 논술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는 일을 학교만 감당케 해서는 안 된다. 교육당국은 논술교육 컨텐츠 개발과 연구지원 교사연수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학은 고교와 유기적 협조체제를 갖춰 문제유형을 공동 개발한다든가 학습방향을 함께 고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응을 도와야 한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예시문제나 툭 던져놓고 마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일부 교육청이 논술연수를 확대하고, 서울대 등이 출제방향과 취지를 학교에 설명하고 연수를 계획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입시에서 유형화한 학원식 답안을 가려내는 일 또한 공교육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논술을 사교육영역에 놓아두는 것은 교육 전체를 파행으로 몰아가는 일이다. 논술고사의 도입 취지와 어긋나게 또 다른 획일적 교육을 조장할 뿐 아니라 여건이 나쁜 학생들의 진학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일이다. 논술 이전에 이미 커질대로 커진 사교육시장은 근본적으로 학교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전철을 논술교육에서 또다시 밟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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