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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 핵실험과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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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 핵실험과 한미 FTA

입력
2006.10.1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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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핵실험, 뒤를 이은 진위 논란, 하지만 그 후폭풍은 한반도를 휘감고 있다. 한마디로 고도의 정치게임 속에 '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이 판의 주인은 누구이고, 각국 '선수'들의 이해득실은 어떠할까.

● 각국의 이해득실은?

일단 미국의 '차분한'(?) 대응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대북제재안을 유엔에 제출한다. 미국이 실제 우려하는 것은 북 핵실험의 저지 자체라기보다, 오히려 만들어진 북핵의 전파, 확산이라 보는 것이 정확하다.

또 사실 북 핵실험으로 조성된 동북아의 긴장을 통해 미ㆍ일동맹을 굳히고, 한국을 새로운 동맹구도로 확실히 인입할 수 있다면 손해볼 일은 없다.

북을 '쥐잡듯이' 몰아부쳐 핵실험 아니면 전면 항복의 양자택일을 강제, 정세를 긴장시켜 외교적 실익을 거두는 무책임한 파워외교의 전형을 보였다. 그런 한에 있어 현재 조성된 긴장국면의 가장 큰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마지막 협상안으로 던진 북미 양자회담이 6자회담 무조건 복귀를 요구하는 미국에 의해 거부되었을 때 기댈 곳은 사실 전가의 보도 같은 '생계형' 핵 이외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선택은 무슨 거룩한 '민족적' 대의 등이 아니라 차라리 정권 유지에 의해 추동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나아가 핵실험이 사실로 판명되더라도, 향후의 동아시아 정세는 돌이킬 수 없는 군비확장 경쟁의 늪으로, 즉 일본이 핵옵션을 발동하고, 대만이 핵무장을 시도하고 나아가 한국에서조차 핵무장론이 제기될 길을 열어놓았다. 판도라의 핵상자가 열린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차대조는 자못 복합적이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처음부터 노 정부의 선택지는 매우 협소했다. 북한과 미국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할 카드가 부재한 마당에 상황을 주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적정 긴장 아니면 긴장 격화에서 더 큰 실익을 보고 있는 미국과 나아가 일본, 핵의 정치적 가격을 요구하는 북한 사이에서 협상력을 발휘할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 핵실험 보도가 나오자 햇볕정책 재고 등을 시사하고 있다. 말하자면 애당초 할 수 없는 일을 하다가, 이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자 한다.

더구나 북 핵실험은 한국으로 하여금 또 다른 선택을 강제하는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임이 확실할 때, 믿을 것은 한미동맹밖에 없다는 논리가 강력히 제기될 것이라는 말이다.

얼마 전 약화된 한미동맹을 보완하기 위한 경제동맹으로 한미FTA가 추진된다는 취지의 모 언론사 보도가 있자, 청와대가 발끈해서 소송 운운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처음 한미FTA가 제기되었을 때와는 달리, FTA협상 진행과정에서 경제이슈와 안보이슈를 구분하겠다는 내용의 정부측 발언 역시 그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맹목적이고 선동적인 북한제재론, 한미동맹 강화론에 한미FTA를 얹어서 새로운 모멘텀을 얻고자 한다면 핵실험 이후 국면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국민들일 수밖에 없다.

● 경제는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정부측이 부인하건 그렇지 않건 사실 한미FTA를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발상은 달콤한 유혹임에 분명하다. 뒤집어 미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는 말 그대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묘수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중장기적 이익을 고려해 볼 때 합리적 선택은 안보는 안보논리로, 경제는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것이다. 안보도 경제도 다 내줄 때, 분단체제의 청산은 아주 요원하다. 아니 새로운 분단, '2차 분단'의 위험조차 배제하기 어렵다. 분단의 극복이 우리의 가장 큰 '국익'이기에, 가서 안 될 길은 가지 않는 것이 옳다.

이해영ㆍ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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