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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그래도 현실적인 '여우야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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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그래도 현실적인 '여우야 뭐하니'

입력
2006.10.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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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독신천하’의 정완(김유미)과 MBC ‘여우야 뭐하니’의 병희(고현정)는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다. 외모에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제대로 된 연애 경험도 없으며, 바람둥이 희명(조연우)과 지헌(윤상현)의 흥미를 끄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병희는 삼류 성인잡지 기자고, 정완은 드라마 작가다. 또 병희는 퇴근하면, 일하는 어머니(윤여정)를 대신해 살림을 하지만, 부유한 정완은 오피스텔에서 혼자 산다.

독신남녀를 ‘화려한 싱글’로 묘사하던 기존 트렌디 드라마처럼, ‘독신천하’에서 싱글은 능력 있고 부유하며, 부모와 따로 사는 존재다. 백수에 가족과 함께 사는 ‘궁상맞은’ 영은(유선)은 희화화의 대상이다.

반면 ‘여우야 뭐하니’는 서른 넘도록 ‘남자와 한 번도 잔 적 없는’ 병희의 이야기를, 그 나이가 되도록 그 무엇도 용기 있게 하지 못한 병희의 고민으로 발전시킨다. 또 병희의 동생 준희(김은주)는 겉은 화려한 모델이지만 모델로서 한계를 느끼고 불안해 한다. 그래서 ‘여우야 뭐하니’는 기존 트렌디 드라마와 차이가 난다. 화려한 싱글이나 궁상맞은 백수는 없다. 대신 자궁근종에 걸린 뒤에야 자신의 몸에 대해 알게 된 여자의 슬픔과 남편 없이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낭만’이란 단어를 모른 채 살아온 여성이 등장한다.

물론 스스럼없이 성에 대해 말하거나 준희에게 ‘스폰서’를 해주겠다며 접근하는 병각(손현주)의 이야기 등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여우야 뭐하니’는 그런 구질구질하고 별 볼 일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재벌 2세밖에 없었던 트렌디 드라마에 ‘리얼리즘’을 가져왔다. 여전히 독신의 ‘천하’라고 외치는 한국 드라마에서 30대 여성이 아홉 살 연하의 고졸 자동차 정비공과 사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드라마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여우야 뭐하니’가 끝까지 리얼리즘을 견지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강명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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