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북한의 핵실험이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면서도 핵무기 보유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 국영 라디오 방송은 9일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를 거칠게 비난했다. 방송은 이날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보도한 뒤 논평을 통해 “미국은 북한에 가해온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외교적 압력을 증가시켰다”며 “그런 압력은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핵실험을 실시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방송은 이어 “북한의 핵 실험은 미국이 위협을 가하고 굴욕을 준 데 대한 반작용”이라면서 “미국이 핵 비확산정책에서 이중 기준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이른바 ‘핵클럽’의 핵무기 보유는 인정한 채 다른 나라에는 비핵화를 강요하는 이중적 정책으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다음날인 10일 골람 후세인 엘람 정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은 핵무기의 사용과 제조에 반대한다. 어느 국가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엘람 대변인은 이와 함께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는 서방측의 비난을 일축하면서 핵개발이 발전용 등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른 나라는 이란의 핵 주권을 침범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의 핵실험은 이란 정부를 한층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연합(EU)가 추진해온 이란 핵프로그램 중단 노력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핵 문제에 집중됐던 세계의 관심이 북핵 문제로 돌아가면서 이란이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란 정부가 자신들의 핵프로그램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달리 원자력 에너지 확보를 위한 평화적인 것이라고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주변 정세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안보리의 관심이 북한쪽에 집중돼 이란 핵문제에 대한 안보리의 대응 논의가 수일이나 수주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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