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충격파에 국내 부유층 자산가들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9일과 10일,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부유층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한 PB는 "부자들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당황하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PB들이 전하는 부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불안한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부동산, 해외펀드 등 안정적인 해외 자산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다.
하나은행의 한 PB는 "해외투자를 망설였던 분들이 이번을 계기로 국내 자산을 처분하고 해외쪽으로 눈을 돌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어제만 해도 두 분이 싱가포르 금융기관에 300~500만달러를 예치키로 했다"고 전했다.
또 달러 매입 문의도 많았으나 환율이 갑자기 폭등해 좀더 상황을 지켜보도록 권했다고 한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이번 사태로 잣대가 컨츄리 리스크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며 "해외에 거주중인 고객들이 더 크게 걱정을 했는데, 해외에서 핵실험을 더욱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려는 부자들도 있다. 국민은행의 한 PB는"이번에 불안감을 느낀 부자들은 대개 중간층 정도로, 자산이 많은 분일수록 더 침착했다"며 "최상위 부자들은 이미 달러나 해외 자산을 충분히 확보해두고 있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오히려 이번 주식 폭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지역의 또 다른 PB도"어제 주식을 매입한 분도 꽤 있는가 하면 2차 폭락을 기다린 후 들어 가려고 대기하는 분도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은 불안감 속에서 향후 추이를 지켜본 후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일반적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강남교보타워 PB팀장은 "부자들은 언제부턴가 안보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에서 총체적인 위험을 느끼는 듯 하다"며 "실제 이민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고객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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