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시장이 글로벌 경쟁체제에 급속히 편입되면서 경쟁 업체끼리 벌이는 신경전의 양태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업체끼리의 단순한 순위싸움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부품 원산지와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방향으로도 전개되고 있다.
쌍용차 부품 논쟁
쌍용자동차 경영권이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넘어간 이후 쌍용차가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지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경쟁업체 판매조직이 고의적으로 '쌍용차는 중국산 부품을 쓴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경쟁업체가 오히려 중국에 진출한 국내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수입, 국내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경영진은 정부가 쌍용차의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세제혜택을 축소,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권이 중국 자본에 넘어간 뒤, 한국에서 암묵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이 회사 고위층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대일 감정·애국심 논쟁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도 국내 업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일본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독도 문제와 일본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 등 껄끄러운 대일 관계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3개 업체의 올들어 9월말까지의 판매대수가 8,26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912대)보다 40% 가까이 늘어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국내 업체 일선 판매조직에서 '애국자는 일본차를 사지 않는다'는 식의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는 것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국인 한국에서 외제차는 안된다는 식의 인식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한국 업체가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것도 차량 성능과 관계없이 소비자 감정에 호소하는 전근대적인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완성차 2위 논쟁
기아자동차와 GM대우는 '업계 2위가 누구냐'를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GM대우는 올해 4월 이후 월간 판매실적이 기아차를 줄곧 앞서면서, "이제는 우리가 업계 2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GM대우 관계자는 "9월 판매실적도 GM대우가 13만7,188대로 기아차(11만6,411대)를 2만대 가량 앞섰다"며 "이제 언론에서도 완성차 업체를 나열할 때는 '현대차, GM대우차, 기아차' 순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완성차 기준으로 계산하면 여전히 자신들이 2위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실제로 9월 GM대우 판매실적 중 KD수출(완성차 수출이 안되는 지역에 차를 부품으로 분해해서 수출한 뒤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은 6만1,091대로, 이를 제외한 내수 및 완성차 수출은 7만6,097대이다.
반면 기아차는 KD수출이 7,300여대에 불과, 내수ㆍ완성차 수출은 10만9,000여대에 달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KD수출은 말 그대로 자동차 부품을 판 것으로, 완성차 1대를 팔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판매실적을 놓고 제대로 겨루기 위해서는 완성차를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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