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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후폭풍/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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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 후폭풍/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입력
2006.10.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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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1 실험 성공했나

북한의 핵실험은 중ㆍ소형급 핵무기인 TNT 폭약 0.8킬로톤(ktㆍ1,000톤)의 위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핵실험 국가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핵 실험 규모를 달리할 수 있어 핵 실험 규모로 실험의 성공 여부를 재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규모는 최소 수 kt에 달한 핵보유국들의 과거 핵실험 규모에 크게 못미쳐 북한의 핵실험 성공 주장에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기자들에게 "북한이 정말로 핵실험을 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며, 끝까지 최종 판단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작지만 있다"고 밝혔다. 또 "오랫동안 선반에 놔두었던 무언가를 먼지를 털어내고 사용했을 수 있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한 지 겨우 2년 만에 그 모든 것을 해 낼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은 "북한이 중국에 핵실험 사실을 통보할 때 핵무기의 위력을 4kt으로 밝혔다"며 폭발력 1kt 미만의 결과는 부분적 성공 혹은 실패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폭발력이 약한 이유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번째는 핵연료인 플루토늄의 일부가 폭발했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절반의 성공 또는 실패로 볼 수 있는데 실패를 보완하려는 북한의 추가실험을 예상할 수 있다. 두번째는 북한이 확보한 플루토늄이 충분치 않아 처음부터 소량의 플루토늄을 터뜨렸을 가능성이다. 의도적으로 폭발력을 조절한 것이라 성공으로 볼 수 있다. 세번째는 정교한 소형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을 경우인데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쳤다. TNT를 터뜨리고 핵실험을 가장한 경우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과장설도 흘러 나온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한 뒤 광명성1호를 우주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했으나 발사 실패로 확인됐고 올 7월 발사한 대포동2호도 북한의 성공 주장과는 달리 수십 초 만에 해안가에 추락했다.

북한의 핵능력과 의지를 밝히는 열쇠는 미국의 정찰 장비들이 쥐고 있다. 북한지역을 하루에도 수차례 선회하는 첩보위성과 특수정찰기 WC_135가 실험장소의 지각변동 및 방사능 누출 여부를 탐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핵폭발의 잔해인 불활성 기체 '제논(Xenonㆍ크세논)'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11일께 스웨덴으로부터 임대한다는 계획이다.

■ 의문2 실험 핵무기 위력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는 9일 규모 3.58의 지진파를 토대로 핵무기의 위력을 TNT 0.4~0.8킬로톤(ktㆍTNT 1,000톤의 폭발력)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미 지질조사국은 규모 4.2를 발표했고 러시아 정보당국은 핵무기 위력을 5~15kt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실험환경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핵폭탄의 위력을 추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미 지진 규모의 차이는 계산 방식의 차이로, 큰 논란거리는 아니다. 지질자원연이 처음 발표한 3.58은 다양한 파를 종합 분석한 ML(Magnitide Local)법 수치다. 국내 공식 기준이자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반면 미국은 P파를 분석한 MB(Magnitide Body)법을 썼다. 또한 데이터를 취합한 관측소가 다르다. 한국은 북한에 가까운 강원도 간성 원주 철원 등의 자료를 종합한 반면 미국은 한국 인천, 중국 무단장(牧丹江), 일본 3곳의 관측소 자료를 썼다. 지질자원연이 검토한 결과 일본 관측소의 자료만 차이가 커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를 배제할 경우 규모는 3.8로, 우리나라 지질자원연이 MB법으로 계산한 규모 3.9와 거의 비슷하다. 전세계 모든 관측기관의 데이터를 통틀어도 3.9 안팎으로 나타난다. 지질자원연 이태섭 원장은 "가까운 곳에서 측정한 우리나라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핵무기의 위력 추산을 어렵게 만드는 외부 조건들이다. 예컨대 핵실험 갱도의 깊이가 깊고 암반이 단단하면 진동이 더 크게 감지되는 경향이 있다. 단단한 암반은 폭발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반면 지표면쪽의 무른 암석은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으며, 지상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갱도의 크기도 영향을 끼친다. 주변이 단단한 암반이라도 빈 공간이 매우 크다면 진동과 소리는 작을 수 있다. 자동차 머플러가 엔진 소음을 줄여주는 것과 같은 원리로 공동(空洞)은 핵무기 폭발력을 감쇄한다. 더욱이 북한이 진동을 줄이기 위한 특수한 방법을 썼다면 지진파를 근거로 계산한 것보다 훨씬 큰 폭탄실험을 했을 수 있다.

■ 의문3 소형 핵무기 성공?

전문가들은 핵무기 소형화가 핵무기 개발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입을 모은다. 탄두의 무게를 가볍게 해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통상 핵무기 소형화 기술은 핵탄두 중량 1t 이하, 폭발력을 1kt 이내로 줄이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무게만 4t(TNT 20kt) 규모로 알려진 북한의 핵무기 기술보다 진일보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핵보유국들은 1kt 내외의 소형 핵무기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자주포에서도 1kt 전후의 폭발력을 가진 소형 전술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 핵탄두 소량화에 성공해 소형 핵무기의 성능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면 북한의 핵무기 제조기술은 상당 수준에 올라왔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폭발 규모만 갖고 성공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오래된 핵물질과 기폭장치의 결함으로 핵분열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폭발 위력이 감소했을 수 있다"며 "북한이 실제로는 대형 핵무기를 실험했지만 실패하는 바람에 폭발 규모가 작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의문4 플루토늄? 우라늄?

핵무기는 핵분열 원료에 따라 농축한 우라늄을 사용하는 우라늄 핵탄과 플루토늄을 이용하는 플루토늄 핵탄으로 나뉜다. 북한은 5MW급 실험용 원자로의 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무기급 농축우라늄 확보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실험이 우라늄 핵탄이면 북한의 핵능력이 플루토늄을 넘어 농축우라늄 단계까지 이른 것이서 파장은 더욱 커진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플루토늄 핵탄을 실험했을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1980년대부터 가동한 영변 원자로를 통해 충분한 플루토늄을 추출했으며 지금까지 140여차례의 고폭실험을 한 것 등이 플루토늄 핵무기의 증거다.

우라늄 핵탄은 농축에 필요한 장비 등을 갖추기가 어렵지만 제조과정은 플루토늄 핵탄에 비해 단순하다. 또 고폭실험은 물론 핵폭발 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핵무기로서의 신뢰성이 확보된다. 하지만 북한이 우라늄 핵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하더라도 1990년대 후반일 가능성이 커 충분한 농축우라늄을 확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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