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노무현 대통령)” “잘못 가는 말을 타고 갈 수는 없다.(한나라당)”
북한 핵실험으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교체 여부가 첨예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참여정부의 ‘북핵 3원칙(북핵 불용, 평화적 해결, 우리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파탄된 안보위기 상황에서 대북정책 및 안보외교 실패에 대한 문책 시기와 범위를 놓고 청와대와 야당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10일 청와대의 여야 지도부 조찬간담회에서 내각 총사퇴 내지는 통일안보라인의 즉각적인 문책을 요구했다. 국민중심당도 상황판단 잘못과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안보라인 즉각 교체에 동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전투 중 교체불가론’을 내세우며 내각 사퇴요구에 “긴박한 상황을 정리한 후 부분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상황수습이 우선”이라며 대통령에 가세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체 불가론이 오래 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차기유엔사무총장 지명자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퇴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 장관은 유엔총회에서 사무총장 추인을 받는 13일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긴급 상황임을 감안할 때 반 장관의 사퇴가 다소 늦춰질 수 있지만, 내 주중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때문에 교체시기를 놓고 갈등과 논란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문제는 교체범위다. 노 대통령은 “부분적 검토”를 언급했다.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쇄신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참여정부의 안보외교를 이끌어온 삼두마차의 교체여부가 논란의 중심이 될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던 사람”을 교체해야 한다고 밝혀 대북 포용정책의 상징적 인물이자 노 대통령의 안보 복심으로 불리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지목했다. 국방책임자인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협의를 앞두고 있어 당분간 유임 내지는 국정원장 등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접근을 진두지휘해온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도 외교부 장관 이동 내지 유임설이 파다하다. 차기 외교부장관으로 송 실장 외에 이태식 주미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들 삼두마차에 대해 안보외교 실패의 책임을 묻느냐 여하에 따라 야당과 보수진영의 반발과 갈등 폭이 정해질 전망이다. 노 대통령의 ‘전투 중 교체불가’ 입장에는 읍참마속 보다는 여전히 코드에 무게를 두는 듯한 인상이 짙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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