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오랜 숙원인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으려는 계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제재에 맞서기 위해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는 분석이다. 핵실험을 통해 그 동안의 핵 위협이 허세가 아니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줌으로써 핵 보유국임을 인정 받고, 이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 동안 핵 연료봉 인출과 재처리 등을 통해 핵 보유국 행세를 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실체적 위협이 드러난 이란의 핵개발과 달리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느긋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양국은 제4차 6자 회담을 통해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골자로 한 9ㆍ19 공동성명을 도출했지만, 미국은 북한의 위조화폐 제조 혐의를 이유로 금융 제재에 들어갔다. 이에 북한은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6자회담을 거부했지만, 미국은 오히려 타협은 있을 수 없다며 북한을 더욱 옥죄었다.
북한은 지난 3일 핵 실험 계획을 밝히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후에도 미국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북한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핵실험 강행’ 카드를 써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또 핵 실험을 강행하더라도 미국이 즉각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나름의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당장 북한과의 전쟁에 나설 여유가 없다. 또 이란의 핵 위기까지 겹쳐있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대응할 경우 자칫하면 ‘아시아 전역의 전선화’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미국이 사실상의 핵 보유국을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했을 법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최악의 경우 미국이 추가제재에 나서더라도 직접적인 군사적 조치가 없는 한 북한으로선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이 선 듯하다.
이와 함께 북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동당 총비서 추대 9주년(8일)과 북한 노동당 창건 61주년(10일)을 전후해 핵 실험을 강행한 것도 내부 결속 효과 극대화를 고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또 핵 실험 직후 북한이 “핵 실험은 100% 우리 지혜와 기술에 의거에 진행됐다”며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고무와 기쁨을 안겨준 역사적 사변”이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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