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핵실험을 실시한 뒤 “방사능 유출과 같은 위험이 없이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일반 지하 핵실험 때와 유사한 리히터 규모 3.58의 지진파가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일대에서 관측되고, 잘못된 폭발시 발생하는 방사능 낙진과 같은 피해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핵실험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실험 20분 전 중국측에 실시 계획을 사전 통보했을 만큼 이번 실험의 성공 여부에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동선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때처럼 북한 주요 인사들도 핵실험장 인근에서 이번 실험을 관찰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성공 여부에 대해 즉시 확인해 주지는 않고 있다. 핵실험으로 보기에는 지진파 규모가 너무 약하고, 위성 관측을 통해 핵실험 예상지역 지표 함몰 정도가 파악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기 중의 방사능 지수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1998년 인도, 파키스탄 핵실험 당시 세계 각지에서 감지된 지진파 진도가 4.5 정도 됐고, 지하 핵실험은 진도가 최소한 3.5~4.0 정도가 돼야 하는데 이번 핵실험 지진파 규모가 최소 기준치에 걸린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지질조사국이 이날 리히터 규모 4.2의 진동을 북한에서 감지했다고 밝힌 점을 볼 때 핵실험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훨씬 우세하다.
북한이 설령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무기화되지 않은 핵폭발 장치’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핵 물질을 무기화한 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같은 운반체가 필요하다. 특히 북한이 보유한 대포동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핵탄두의 무게를 700㎏ 이하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기술력으로 볼 때 이번 핵실험에는 3~5톤 정도의 핵탄두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98년 인도가 핵실험을 했을 때 0.2 킬로톤(1 킬로톤은 TNT 1,000톤의 폭발력)에서 43 킬로톤까지 5종류의 핵탄두를 터뜨렸고, 파키스탄도 마찬가지로 5차례의 핵실험을 하루에 실시한 적이 있다. 다양한 크기의 핵탄두에 맞춰 핵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한 차례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실제로 무기화에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핵 보유 사실을 알리기 위한 선전용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가 "전문가들의 초기 평가 결과 실험이 펑하고 터지기 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한 것도 이런 해석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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