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후 카드라고 할 수 있는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전술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 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북한은 과거 여러 차례 벼랑끝 전술로 위기 국면을 탈출하는 동시에 상당한 전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과거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는 게 그 이유다.
북한은 1993~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5㎿ 원자로 가동 중단, 폐연료봉 인출,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 등 잇단 강수 끝에 미국으로부터 200㎿ 경수로 제공, 매년 중유 50만t 제공 등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냈다. 미국은 당시 영변 원자로에 대한 폭격을 검토하는 동시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파견하는 등 강온 양동작전을 구사했다. 당시에는 물밑에서 외교적 설득에 적극 나선 우리 정부의 노력도 크게 작용했다.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역시 벼랑끝 전술이 효력을 발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96년부터 줄다리기만 거듭해 오던 북미 미사일 협상은 이를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했고, 미국은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 합의로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완화했다. 이 같은 일들은 모두 협상을 중시했던 미국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 일어났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이후 빚어진 2차 북핵 위기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클린턴 행정부에 이어 등장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강경 대응과 무시 전술로 맞서왔다.
더욱이 미국은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제재 동참을 등에 업고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핵실험 카드를 써버린 북한과 양자 협상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더욱이 혈맹인 중국마저 “나쁜 행동을 하는 국가들은 어느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을 것(왕광야 유엔대사)”고 밝히는 등 북한 제재를 묵인하겠다는 자세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외교적 해결에 주력해온 우리 정부 역시 더 이상 미국의 강경 대응을 말리는 데 적극 나서기 어려운 사정에 처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핵 도박으로 수확을 얻기보다는 고립과 체제 불안 가속화라는 곤란한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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