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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부자도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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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부자도 친구다

입력
2006.10.0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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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이 넘으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다. 그래야 환영 받는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선배 시인 한 분이 하신 말씀도 그런 맥락이었다.

마흔 살이 넘으면 품위유지비가 필요하다고. 빠듯한 형편일 텐데도 늘 우리 후배들의 밥값과 술값을 치르던 선배인데 언제부턴가 뵙기 힘들어졌다. 품위유지비가 벅차져 외출을 삼가시는 것도 같다. 이젠 우리들도 마흔이 훌쩍 넘었으니 바통을 넘기셔도 좋으련만.

더치페이를 아름답지 않다 여기는 우리 풍토에서 여럿이 만날 때 가벼운 주머니로 대범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다 부자 친구가 끼여 있으면 그에게 계산을 떳떳이 떠맡기는데, 어차피 제 몫인 걸 왜 흔쾌히 하지 못하나 딱할 따름인 친구도 있다.

그런 지지리 궁상스런 부자를 보면, '그럼 내가 내란 말이야? 부자 품위 좀 지키쇼!' 절로 거만스런 마음이 된다. 재산 50억원이 넘으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어쩌면 그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직 부자라는 걸 이용하려 자기를 만나나 언짢은 건지도 모른다. 좀 이용하면 어떤가? 그런다고 제가 뭐 달라지나?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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