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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모국어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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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모국어의 문턱

입력
2006.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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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약국 집 아이는 태어나 처음 한 말이 ‘아빠’도 ‘엄마’도 ‘맘마’도 아니고 ‘광동탕’이었단다. 엄마와 함께 약국에서 보낸 그 아이의 이유기 때쯤 광동탕을 찾는 손님이 많았다나. 내 첫 조카가 생애 첫말을 하던 순간이 생각난다.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부엌 입구에 쳐놓은 칸막이를 붙들고 서서, 내가 설거지하는 걸 구경하던 아기가 별안간 달콤한 목소리로 외쳤다. “듀뚜!” 나는 “야아!” 외치며 이유식 회사에서 나온 사과주스를 들고 쪼르르 달려갔다. 그 애의 뻗은 손에 주스 병을 쥐어준 순간, 마치 ET와 조우하는 듯했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 애도 똑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기억엔 없지만, 뇌와 성대가 어렵사리 접속해 구개를 진동시키며 첫 말을 토해냈을 때, 거의 관능적 전율과 함께 내 몸에 영혼이라는 게 맺혔을 것 같다. 그렇게 내게로 온, ‘말은 우리 속으로 거의 평생 동안 흘러드는 것’(정명환)이다.

영어 공용화 문제가 한창 거론될 때, 찬성파 혹은 수긍파들은 한국어가 소수자 언어이기 때문에 결국 쇠퇴해 소멸하리라 예측했다. 그때가 내 생전이 아닌 듯해 다행이다. 내가 아는 언어라고는 한국어뿐인데.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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