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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연쇄 정상회담/ 中·日 양국 "생산적 관계로"… 동북아에 새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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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연쇄 정상회담/ 中·日 양국 "생산적 관계로"… 동북아에 새 질서

입력
2006.10.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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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정상이 8일 방문 외교를 비롯한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로 합의함으로써 동북아 질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의 집권기 5년과는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일관계의 새 판을 바라는 국내외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일본 보수계층과 재계가 요구하는 중국, 한국 관계 정상화를 수용하면서 갓 출범한 정권의 안정을 꾀했다. 후 주석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을 헤아리겠다는 아베 총리의 암묵적 동의와 함께 주요 투자국인 일본과의 원만한 관계를 얻어냈다. 물론 역사인식이 불씨가 된 중일, 한일의 갈등 관계가 동북아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미국의 입장도 이번 회담에 반영됐다.

이번 회담은 차이점을 수면 아래로 내리고, 공감대는 위로 끌어 올리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여부를 밝히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며 이 문제를 눌러 놓았고, 과거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을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와 군대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역사인식의 공통분모를 최대한 넓혔다.

중국은 고이즈미 총리의 입장보다 진전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입장을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지향했던 5년을 생산적인 관계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했다. 후 주석이 “중일 쌍방은 전략적이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양국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본측이 희망했던 공동성명 형식은 아니지만 9개항의 상세한 공동 언론보도문은 양측의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한 적지 않은 성과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으로 양국의 갈등 요인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헌법개정을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아베 총리가 과거 침략전쟁을 ‘자존자위의 전쟁’으로 여기고 A급 전범이 일본 국내법적인 범죄인이 아니라는 소신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에서 불씨가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이다.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열도), 동중국해 가스전 등 양국간 영유권 분쟁도 쉽게 매듭지어질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 할 대목은 아베 총리 방중 직전 중국 전문가들이 “아베는 미국의 리처드 닉슨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표시한 대목이다. 아시아 경제의 엔진인 일본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중국 4세대 지도부의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중일 협력 관계의 재구축이 이어지는 한 동북아에서 첨예한 역사논쟁이 쉽게 재연되지는 않을 듯하다. 이런 정세는 한일간, 한중간 역사 현안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북한 문제 등에서도 충돌 보다는 대화가 강조될 것이다.

이번에 북핵 문제는 양측이 “깊은 우려”를 표시하는 선에서 그쳤다. 제재를 강조하는 일본과 대화를 촉구하는 중국간 간극을 부드럽게 넘어간 것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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