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가 어떻게 병원균이 있는 곳으로 움직여 신체를 감염으로부터 구해내는가 하는 세포의 이동 원리의 단초가 재미 한국 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뉴욕 슬로안 캐터링 암센터의 김상원(33) 연구원은 ‘사이언스’ 최신호에 마이오신 If라는 단백질이 세포의 이동속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김 박사는 사람과 쥐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마이오신 1f 유전자를 제거한 쥐에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인테그린이 과다 발현돼 면역세포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면역세포는 외부 침입자와 싸워 인체를 지키는 병력과도 같은데 마이오신 1f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 병력의 기동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의미이다.
마이오신 단백질은 흔히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과는 달리 변형된 마이오신 Ⅰ그룹은 포유동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김 박사는 “마이오신 1f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과립 형태로 보관돼 있는 인테그린이 너무 많이 나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이번 발견이 세포 이동의 원리에 대한 연구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은 5년에 걸친 연구 끝에 얻어낸 성과다. 김 박사는 처음에 마이오신 1f가 면역세포의 기억 기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기고 연구를 시작했다가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적잖이 실망하기도 했다. 그는 “연구 초반에 기억 기능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실망했지만 의외로 면역세포의 이동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굉장히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T세포의 이동과 염증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연세대를 거쳐 예일대에서 면역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슬로안 캐터링 암센터에서 연구원으로 면역기능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