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의 위기조성 전술은 행동으로 하는 경우와 말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사태는 ‘핵 보유 선언’같은 후자로 봐야 한다.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 시험을 하겠다’는 외무성 성명을 보면 이것이 지하핵실험 같은 대규모인지, 좀더 축소되고 제한된 범위의 실험인지 분명치 않은데 대규모 핵실험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당장에 실험을 한다는 뜻 보다는, 시기적으로 지금 핵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면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에 이런 발표를 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면 대북 강경론이 거세질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내년에 대선정국에 들어가고, 일본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새로운 대북정책이 수립된다. 10월이 마지막으로 미국과 협상을 시도해볼 때다. 결국 미국에 대해 포괄적 접근방안의 구체화를 촉구하는 의미로서 이번 선언을 한 것이다.
미사일 사태 때도 6월1일자로 크리스토퍼 힐 대사를 초청했는데 응하지 않으니까 쐈다. 그때는 미리 선언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핵실험을 하려 했다면 선언을 하지 않고 바로 했을 것이다. 행동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핵실험이어서 마지막 카드를 빨리 쓸 수는 없다. 남겨뒀다가 미국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것이다. 핵실험을 해버리면 핵보유국 지위는 얻어도 곧바로 미국의 제재가 들어올 텐데 견뎌낼 수 없게 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 연구실장
북한의 성명 발표는 1차적으로 미국에 압력을 넣는 것이지만 간단히 볼 수 없다. 핵실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실제 핵실험 강행 여부와 시기는 미국에 달려있다. 만약 북한의 선언을 무시한다거나 오히려 북한을 더 압박할 경우 핵실험은 강행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미국에 압력을 가해놓고 반응이 없을 경우 외무성 성명의 신뢰성을 위해 일관성 있게 핵실험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이번 성명이 북한을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차적으로 미국이 협상에 들어오라는 의미다. 또 금융제재 풀어달라는 것이다.
다만, 핵실험 이후 시나리오가 북한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다. 핵실험을 하면 3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미국이 내놓고 북한을 정권교체 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한반도 전쟁발생 문제는, 핵 보유국이 되면 누구도 공격이 쉽지 않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고, 북한 역시 버티기로 나가겠지만 대미관계 개선이 북한의 21세기 생존의 목적인데 결국 이것이 어렵게 된다.
둘째는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된다. 안보환경이 악화돼 북한의 고립도 심화된다. 셋째로 남북관계의 파탄이 올 텐데 이는 북한이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마이클 레비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를 상쇄하기 위해 핵실험 계획을 발표하기로 결심했을 지도 모른다. 핵실험은 상황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북한이 할 수 있는 유일하고 실질적인 선택이다.
이번 핵실험 위협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일본의 신임 총리가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방문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과 동북아의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북한은 증가하는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게 하는 등 여러 옵션을 갖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전에 제기됐던 것보다 강도 높은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의 핵실험 장소를 겨냥한 공격과 같은 방안이 제기될 수도 있다.
북한이 실험을 실행에 옮길 경우 군사적 행동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군사적 행동을 가장 주저하는 한국인들조차 수년간 대응 방안을 말해 왔다. 북한이 대략 8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측은 핵무기가 억지력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몇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센터 선임 연구원
북한의 핵실험 계획 발표는 미국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동결에 이어 강화된 금융제재에 대한 해결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양자협상을 노린 대미 압박 강화책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천명한 것은 미국이 6자회담 재개와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응하려 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19~23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당시 만난 북한 관리들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험은 필요 없다면서 핵 실험설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금융제재에 대한 북한측의 직접협상 요구를 단호히 거부함에 따라 북한 내 온건파의 목소리가 줄어들고 강경파들의 입지가 강화돼 외무성 담화를 통해 핵실험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발표에서 핵실험을 당장이 아닌 향후에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발표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되며 그 중 긍정적인 요소들도 있음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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