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항일의병장 왕산(旺山) 허위(許蔿ㆍ1854~1908) 선생의 장손녀이자 직계 후손 중 최고령 생존자인 허로자(80ㆍ4일자 A23면)씨가 4일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허씨는 인천공항에서 "평생 얼마나 한국에 오고 싶었는지 모른다"며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고국의 가을하늘이로구나" 하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먼저 경북 구미에 있는 할아버지의 선영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도 나이가 많이 차 죽기 전에 고국에 가 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오게 돼 한시름 덜었다"며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얘기가 많아 할아버지를 뵈면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씨는 "할아버지가 일본인 손에 붙잡혀 아버지가 서대문형무소로 면회를 갔는데 몸이 많이 상한 모습을 보고 놀란 아버지가 정신을 잃기도 했다"고 왕산 선생이 독립운동으로 고초를 겪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할아버지 왕산 선생에 대해 "집에 사람들도 자주 데려오고 늘 바쁘게 지내셔서 집안 일은 할머니가 도맡아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옛 소련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을 거쳐 현재 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까지 수차례 옮겨다녀야 했던 허씨는 "당시는 무척 고생스러웠지만 어쨌든 힘든 시절을 버텨내고 나니 이제는 손자도 보고 잘 살고 있다"며 "한국의 발전된 모습과 산하를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