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핵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결국 유엔의 제재논의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영국의 한 고위 관리는 3일 “이란이 급격히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다음주께 뉴욕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가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협상 대표와의 전화회담에서 이란의 핵농축 활동 중단을 약속 받지 못한데 따른 궁여지책인 것으로 분석된다. 솔라나 대표는 4일 이란과의 핵 협상 재개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해 이란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솔라나 대표는 그 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을 대신해 협상에 나서 이란이 핵활동을 동결할 경우 경수로 제공 등 경제적 보상을 하겠다는 패키지 안을 제시하면서 이란측을 적극 설득해왔다. 하지만 이란이 서방측의 제안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면서 핵문제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서방이 제재의 칼날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안보리의 제재에 맞서 석유를 무기화 할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미국 등 서방의 감정은 차갑게 식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은 특히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등 이란 관계자들의 잇단 협상 제의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며 책임을 이란쪽으로 돌리고 있다.
이란은 앞서 이날 핵문제 해법으로 우라늄 농축 작업을 프랑스 컨소시엄이 이란에서 수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모하마드 사이디 이란 원자력기구 부의장은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영 원전 업체인 아레바와 계열사인 유로디프로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란 내에서 우라늄 농축작업을 한다면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핵무기 생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이집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의 제안은 협상 시작 조건인 핵활동 중단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길 원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제재 논의를 지연시키기 위한 전술일 수 있다”고 일축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이란이 핵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보리 제재절차에 직면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나 안보리의 이란 제재 논의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 등 서방과 입장차이를 보여온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보다는 협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2일 테헤란에서 라리자니 대표와 회담을 가진 뒤 “이란핵 문제의 교착상태를 풀기위한 방안은 제재가 아닌 대화”라면서 “러시아는 이를 돕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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