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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가장 감동적인 선물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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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가장 감동적인 선물은 마음입니다

입력
2006.10.0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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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많은 한국인들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선물이다. 이즈음에 대다수 한국 친구들은 "올 추석에는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라는 문제를 두고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특히 변변치않은 직장에 다니면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친구들의 경우 처가와 본가 부모님께 드릴 선물 걱정, 직장 상사에게 줄 선물 걱정에 몇날 며칠을 한숨으로 보낸다.

● 한국에서 상품권 선물받고 당황

매번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한국의 TV는 선물 및 상품권에 대한 광고로 북적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몇백만원이나 되는 선물이 뉴스거리가 되곤 한다. 많은 한국인들은 선물의 가격이 자신의 마음과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와서 명절 선물로 상품권을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얇은 종이 위에 찍혀있는 돈의 액수를 보고, 나는 '나한테 장난하나, 이런 가짜 돈을 주다니…'라는 생각을 했다.

선물로 준다는 것이 아무런 정성이 깃들지 않은 프린트된 종이쪼가리라는 점에 불쾌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차라리 손으로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눌러 쓴 종이쪼가리였다면 불쾌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중에 한국인 친구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그것이 바로 종이에 적힌 액수만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라는 것을 알았다. 편리한 상품권으로 친구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책도 사 보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안타깝게도 마음이 담긴 편지나 자그마한 선물에서 느낄 수 있는 선물한 이의 향기와 눈빛을 상품권과 뒤바꾼 영화와 책에서는 느끼지 못했다.

네팔에서도 명절이 되면 부모가 자녀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주지만 대개 물질적인 선물은 가족들끼리만 주고받는다. 선물이라는 것이 한국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어머니께서 손수 만든 옷이나 실생활용품에 불과하지만 아이들은 그 작은 선물에도 행복을 느낀다. 가족을 비롯하여 선생님과 제자,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주고받는 가장 중요한 선물은 '푸자(Puja)'라는 전통적 행위이다.

빨간색 가루인 티카를 서로의 이마에 붙여주면서 한 해 동안 상대방이 아무런 사고 없이 하는 일 모두가 잘 되기를 기도한다. 네팔에 있는 가족들과 추석을 함께 하지 못하는 나에게 매년 이맘때면 히말라야를 건너오는 선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티카이다. 티카를 내 이마에 붙이고는 먼 길을 온 음식을 먹는 것이 추석 때에 느낄 수 있는 나의 즐거움이자 그리움이다.

● 네팔에선 기도가 최고의 선물

몇 해의 추석을 한국에서 보냈지만 여전히 비싼 선물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믿는 듯한 한국인들의 생각이 낯설기만 하다. 오히려 내가 추석 때 받은 선물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선물은 친구의 마음이 담긴 편지였다.

선물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갓 붉은색 가루에 지나지 않지만 티카 속에 담긴 서로에 대한 마음과 기도처럼. 비록 같은 공간에 있지는 못하지만 나를 위해 기도하는 가족들의 마음으로 붉게 물든 티카를 기다리며, 외롭지만 함께 할 친구들이 있는 추석을 맞이하려 한다.

검비르만 쉬레스터ㆍ예티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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