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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나온 국어교과서 모두 수집" 20년간 270권 모아 전시회 여는 김운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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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나온 국어교과서 모두 수집" 20년간 270권 모아 전시회 여는 김운기씨

입력
2006.10.0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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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회사를 운영하는 한 사업가가 20년 동안 국어 교과서를 모았다. 대한제국 시절인 1906년에 나온 근대교육 최초의 국어 교과서인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부터 지금 쓰이고 있는 국어 교과서까지 지난 100년 간의 것을 모았다.

초중고 학년ㆍ학기별 국어 교과서와 대학 국어 교과서까지 거의 빠짐없이 모으니 270여 권. 이 귀한 자료들을 한글날인 9일부터 14일까지 안양의 대안미술공간 '스톤앤워터'(031-472-2886)에서 전시한다.

'국어 교과서 100년'전의 주인공은 안양에 사는 동단건축 김운기(48) 대표.

"우연히 헌책방에 들렀는데, 오래 된 국어 교과서들의 무게를 달아 폐지로 파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모으기 시작했어요. 사실 학교 졸업하고 나면 교과서를 누가 쳐다보기나 합니까.

흔한 게 교과서라고 생각해서인지, 체계적으로 모아둔 데도 없구요. 대한교과서주식회사의 교과서박물관도 가봤는데, 국어 교과서는 제가 모은 것의 10분의 1이나 될까, 빠진 게 많더군요."

작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모으다 보니 재미가 생겨서 빠짐없이 챙기게 됐다고 한다. "주말마다 헌책방을 뒤지고 다녔죠. 한 10년 그랬더니 수집가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제가 찾는 책 값이 엄청 뛰는 바람에 모으기가 더 힘들어졌죠.

사업 하기 전 월급쟁이 시절, 동전 한 닢 안 빼고 월급봉투째 주고 산 적도 여러번 돼요. 그래도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어렵사리 희귀본을 구하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더라고요. 시대에 따라 교과서 내용이 바뀌고, 문장이 문어체에서 구어체로 바뀌는 과정이 흥미롭기도 하고요."

대한제국의 1906년 '보통학교 학도용 국어독본'도 월급봉투를 통째로 갖다바친 책이다. 종이 질이 형편없는 데다 하도 낡아서 곧 바스라질 것 같은 이 책의 제2권 1과는 이렇게 시작한다.

"보아라저동자는말을끄을고가면서글을??는도다.뎌동자의이름은복동이오나혼겨우12세니라." 이 교과서는 대한제국이 펴낸 처음이자 마지막 국어 교과서가 되고 말았다.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국어가 일본어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해방 되던 해 12월 조선어학회가 펴낸 국어 교과서, 해방 직후 미군정청이 펴낸 것, 1948년 대한민국 건국 후 지금까지 7차례 교과과정 개편에 따른 국어 교과서 등이 모두 나온다. 근대 이전에 문자 교육에 쓰이던 '천자문' '동몽선습' 등 수신서와 음운서도 함께 선보인다.

"국어 교과서 박물관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이번 전시가 귀한 줄 모르고 지나쳤던 국어 교과서 귀한 줄 알고, 한글 사랑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충남 홍성이 고향인 김씨는 대학시절 야학을 하면서 안양과 인연을 맺었고, 서울에서 살다가 집과 사업체를 모두 안양으로 옮긴지 여러 해 됐다. 안양시검도협회장도 맡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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