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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성 감독 "지루한 착한 영화 관객들이찾아줘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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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성 감독 "지루한 착한 영화 관객들이찾아줘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

입력
2006.10.0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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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물었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연출한 감독이 누구냐고. ‘파이란’을 연출한 송해성(42) 감독이라는 대답에 “아! 그 감독”이라는 감탄 섞인 말이 튀어 나왔다. 그러나 ‘역도산’도 그의 작품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우리들…’이 개봉하기 전 송 감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이렇게 엇갈렸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파이란’(2001)은 극장에서 흥행 참패를 겪었지만 뒤늦게 입 소문을 타고 수작으로 꼽혔다. 그의 차기작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해 ‘역도산’의 추락은 영화 팬들에게 그만큼의 큰 실망을 안겨줬다.

송 감독은 요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들…’이 평단의 호평과 함께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다. 9월 14일 개봉해 지난 주말까지 ‘우리들…’을 찾은 관객은 244만명. 폭발적인 관객 동원 기록은 아니다. 그러나 “엄청난 물량을 쏟은 상업영화가 아니다”는 점에서 눈 여겨볼 만한 결과다. 더군다나 추석 대목을 겨냥한 영화들과의 맞대결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 남자 사형수와 삶의 의욕을 잃은 여자 교수가 서로의 상처를 껴안는 모습이 가을 관객들의 가슴을 제대로 울리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한 분이라도 더 보셨으면 하는 욕심은 있지만 지금의 결과에 만족합니다.”

그는 ‘우리들…’의 연출을 맡았을 때 “진심이 담긴, 착한 영화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강동원 이나영을 캐스팅한 것도 두 배우의 얼굴이 선하게 생겨서다. “그런데 사람들은 착한 영화라 하면 재미없어 해요. 지루하고 진부한 것으로 받아들이잖아요.”

그는 흥행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지닌 사회적 책임감 때문에 ‘착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를 10이라 했을 때 상업성이 8이라면 도덕성은 2가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연출 지론. “7,000원을 내고 극장을 찾았는데 2시간의 상영시간 중 1분이라도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 되잖아요.”

당연히 ‘이 가을에 용서라는 숙제를 풀게 해줘 고맙습니다’라는 한 아줌마 관객의 휴대폰 메시지가 ‘대박 축하 드린다’는 축하인사보다 그의 가슴을 더 뜨겁게 데운다. “저는 대학시절(한양대 연극영화과) 홍콩영화 보는 것도 굉장히 죄스럽게 생각했던 세대입니다.” 그의 진지함은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다 프랑스문화원에서 운명처럼 영화를 만난 이력과 무관치 않다. “예술영화를 하루 2,3편씩 봤어요.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 해야겠다는 생각도 그때 비로소 들었고요.”

그러나 송 감독은 자신의 이런 진중함이 “상업영화 감독으로서는 큰 장애”라고 생각한다. “‘우리들…’ 촬영 현장에서도 ‘이 장면을 신파에 가깝게 찍으면 1만명은 더 볼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렇게 못하겠더군요.”

TV 시사프로그램을 꼭 챙겨본다는, 이 진지한 감독은 ‘우리들…’을 만들며 사형제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누군가 살아있으면 용서하자고, 화해하자고 손을 내밀 수 있지만 그가 사라진다면 그럴 기회도 없어지잖아요. 그러나 사형제 폐지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싶진 않았어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강동원 이나영과의 호흡은 제대로 맞았다. 촬영을 마친 다음날 셋이서 3박4일 일본여행을 떠날 정도였다. “둘은 얼굴은 신세대, 마음은 구세대에요. 저런 얼굴에 저렇게 진지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그의 다음 작품은 부조리한 세상과 싸우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전작들처럼 어둡다. “우울한 영화를 하면 흥행 잘 안 되는데… 밝은 영화도 해보고 싶지만 잘 될까 의구심이 들어요. 제가 청담동 거리보단 종로의 어두운 뒷골목을 더 좋아하거든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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