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핵실험 계획을 천명해 한반도에 다시 북핵 먹구름이 끼고 있다. 북한의 발표는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더욱 압박하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위협을 고조시켜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미국이 북한의 의도를 무시할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그럴 경우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강행, 한반도 정세가 극도로 긴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7월 동해상으로 미사일 7기를 발사했다. 지난해 9ㆍ19 6자회담 공동성명으로 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맞았지만,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로 압박을 강화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노리며 미사일을 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1695호 채택을 주도하고, 2000년 이후 완화했던 대북제재를 복원하면서 오히려 북한을 몰아세웠다.
북한은 이런 미국의 태도에 실망, 핵실험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합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무게가 실리는 틈을 타 자신들의 몫을 더 많이 챙기겠다는 계산으로도 보인다.
북한의 요구는 “금융제재의 모자를 쓰고 6자회담에 나갈 수는 없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지난달 17일 쿠바 발언에서 드러난다. 6자회담에 나갈 테니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려는 제스처라도 보이라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으면 핵실험을 강행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반응이다. 1994년 제네바 북핵 합의 이후 여러 차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당한 적이 있는 미국이 호락호락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미국의 대답을 기다리다 지쳐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미 핵실험에 필요한 고폭약 실험을 마친 상태이고, 지하 핵실험에 필요한 갱도도 곳곳에 마련했다. 따라서 핵무기를 바닥에 놓고 콘크리트 타설을 마친다면 1주일 정도 뒤에 실제 핵실험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대북지원 전면 중단과 경제협력 축소 등 한국의 압박이 시작되고, 북한을 감싸려는 중국도 일본 대만의 도미노 핵무장 가능성을 우려해 북한을 강하게 비난하고 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무력사용을 포함한 미국의 강경대응이 점쳐지는 것은 물론이다. 북한도 이를 뻔히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핵실험을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미사일 발사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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