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게임쇼들이 잇따라 규모축소를 공표했지만, 한국 게임쇼 지스타는 반대로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적 게임쇼로 성장하기 위해선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지만, 사행성 게임기 파문으로 정치권의 뒷받침을 기대할 수 없고 일부 업체들까지 불참을 선언하는 등 올해 2회째를 맞는 지스타의 여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게임쇼 미국 E3가 내년부터 비즈니스 행사로 축소됨에 따라 매년 수만 명에 달하던 참가인원이 수천 명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달 10주년 행사를 치른 일본 도쿄게임쇼(TGS) 역시 내년부터는 영화 및 애니메이션 전시회와 통합돼 게임 전시규모 자체는 대폭 축소된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게임쇼 지스타(G★)는 규모를 더 키워 세계적 게임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세계적인 게임쇼 축소 흐름은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라며 “지난해 대회는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 3홀을 빌려 참여업체 156개사, 1,771부스 규모로 치렀으나, 11월에 열릴 올해 대회는 2홀을 더 늘려 참여업체 180개사, 2,000부스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게임쇼를 목표로 만들어진 지스타는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어렵게 손을 잡고 국내 중소 게임쇼들을 규합해 지난해 첫 행사를 치렀다.
그러나 올해 지스타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선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인해 정치권이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난해 행사에는 많은 국회의원들이 개막식에 서로 참여하겠다고 나섰으나 올해는 참관하기조차 부담스러워 한다”며 “오히려 국회에서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전시규모가 커진 것은 사실이나 업체들의 참여도는 기대에 못미친다. 지난해 지스타의 40%를 차지했던 아케이드(오락실게임) 게임사들이 전부 불참하는 것은 물론이다. 당연히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던 주요 온라인 게임사들도 상당수 불참키로 했다. 원래 90부스를 신청했다가 돌연 취소한 그라비티를 포함해 액토즈소프트, NHN, CJ인터넷, 프리챌 등이 모두 이번 대회에 불참한다. 또 50부스 규모로 참가하는 세가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많은 수익을 거두는 해외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일렉츠로닉아츠(EA) 등도 참여하지 않는다.
지스타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조직위와 업계 간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불참하는 한 업체의 대표는 “세계 게임쇼들이 모두 축소되는 것은 수십억에 달하는 참가비용에 비해 비즈니스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지스타에 90부스를 참여할 경우 십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게임쇼는 고객사은의 의미가 큰데 단지 돈이 안된다고 불참하는 건 기업이기주의”이라며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제 두번째 행사인 만큼 참여해서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지스타에 참여하는 업체의 관계자는 “정치권과 업계가 모두 ‘바다이야기’파문으로 인해 앞으로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갬블’은 근절해야 하지만, ‘게임’은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