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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쇼케이스 '정반합? 헤겔? 갈수록 그들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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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쇼케이스 '정반합? 헤겔? 갈수록 그들만의…'

입력
2006.10.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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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는 가요계 최고의 인기스타 중 하나다. 그들은 작년에 국내에서만 10여종에 달하는 음반을 내놓아 총 60여 만장을 판매했고, 일본에서도 내는 싱글마다 오리콘 일일 싱글 차트 10위 권에 든 한류스타다.

그러나 동방신기는 싱글, 정규, 리패키지 등 그들의 모든 앨범을 사는 열성 팬이 아니라면, 접근하기 그리 쉽지 않은 그룹이기도 하다. 유노윤호, 최강창민 등 멤버의 이름이 생소한데다, 새 앨범 ‘“O”-正.反.合’이란 이름은 마치 암호 같다. ‘“O”-正.反.合’의 장르는 SMP인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들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든 ‘SM의 뮤직 퍼포먼스’(SM Music performance)라는 신종 장르(?)라고 한다.

9월 30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O”-正.反.合’ 발매 기념 쇼케이스는 동방신기와 대중의 거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동방신기의 격렬한 춤과 함께 타이틀곡 ‘“O”-正.反.合’이 흘러나오자 SMP에 적응한 팬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그러나 노래가 일관성은 살리지 못한 채, 무대에서 멤버들의 멋진 모습을 최대한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탓에, 멜로디는 마치 노래 몇 개를 섞어 놓은 듯 뚝뚝 끊기고, 완급 조절 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사운드는 귀를 아프게 했다. 또 “나 이제 찾는 건, 합(合)을 위한 노력일 뿐 나와 같은 손을, 한 외침을 꿈이 실현되는 자여”같은 가사는, 쇼케이스 전 기자간담회에서 “헤겔 변증법의 영향을 받았다”는 유노윤호의 부연설명을 생각할수록 더 알쏭달쏭했다.

잔뜩 힘이 들어간 가사와 카리스마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노래는 HOT 같은 아이돌 그룹의 전성기 시절 10대 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최소한 일반 대중에게도 ‘좋은 음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먹힐 수 있다.

‘“O”-正.反.合’ 같은 곡이 팬은 결집시킬지 몰라도, 대중에게는 동방신기의 음악에 관심을 가질 기회를 뺏는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I’ll be there’나 ‘You only love’ 같은 발라드 곡은 아이돌 그룹이 노래를 못 부른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지만 ‘“O”-正.反.合’을 들은 대중이 굳이 앨범을 사서 그들의 능력을 확인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열성 팬에 주력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대중에게 가요계에 대한 관심을 더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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