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상의 상징인 동시에 한국 외교사에 빛날 일대 쾌거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3일 차기 유엔사무총장에 사실상 확정된 것은 60년간의 분단과 전란, 수 십 년간의 독재체제를 딛고 정치, 경제적 선진국가로 자리잡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번 쾌거는 반 장관 개인의 성공을 넘어 국가적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사단이 벌어지지 않는 한 내년 1월1일부터 활동할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이 국내외에 끼칠 영향은 예측불허다. 국내의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미칠 효과가 막대하고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역할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는 뜻이다.
우선 한국은 유엔사무총장 배출을 계기로 본격적인 다원화, 다자 외교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한반도 상황과 지정학적 위치상 4강 외교는 여전히 우리 외교의 핵심이 되겠지만, 외교의 지평은 국지적 한계를 넘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을 상대로 한 글로벌 외교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인 사무총장이 갖는 상징성은 향후 동북아 지역안정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지역 내 긴장해소에 중립적 조정자로서 반 장관의 역할과 영향력이 기대되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코피 아난 현 총장도 북핵 6자회담을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등 보완적 역할을 했다"며 "한국 출신 사무총장이라는 상징성이 역내 국가들에 주는 심리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사무총장 배출국으로서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가 높아지게 된 점도 적지않은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국제 신인도, 한국인에 대한 국제사회 이미지가 한층 올라갈 전망이며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같은 기대의 현실화 여부는 반 장관이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사회에 얼마나 훌륭한 기여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역대 최고의 유엔사무총장으로 추앙 받는 스웨덴출신의 다그 하마르스크욜드 2대 총장(1953~61년)은 아프리카 지역의 분쟁 조정역할을 훌륭히 수행, 평화애호국으로서 스웨덴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크게 떨쳤다.
이와 함께 사무총장의 직간접적인 영향력과 유엔에 대한 국내의 관심 확산 등에 따라 내국인의 유엔 진출이 크게 활발해질 전망이다.
경제규모 등 국력에 비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던 국제 평화기여와 세계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한국의 역할도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 분담금(유엔 내 11위), 빈국 지원을 위한 공공개발원조(ODA)도 지금(국내총수입의 0.06%)보다는 훨씬 늘리고 국제평화유지활동(PKO) 참여도 더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무총장 출신국으로서 져야 할 불가피한 부담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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