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업계가 '44년만의 독립선언'에 한껏 고무됐다. 지난해 33인의 한복인들이 뜻을 모으고 1년 반에 걸친 국가 상대 행정소송 끝에 한국피복공업협동조합(1962년 설립)에서 독립, 지난달 26일 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이하 한복조합)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한복업은 그동안 봉제 의복, 모피 제품 제조업을 포괄하는 한국피복공업협동조합에 소속돼 단체수의계약권 등 일체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한복조합 설립을 주도한 원혜은(48ㆍ원빔 대표) 초대 이사장은 "한복을 중심으로 한 전통 섬유산업이 독립된 산업군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자생력 확보의 첫 발을 내디딘 만큼 한복의 생활화를 위한 지혜를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한복은 한글, 한지, 한옥, 한식 등과 함께 문화관광부가 '한(韓) 브랜드' 육성사업으로 적극 지원하기로 한 분야지만 아직 정확한 산업 규모나 종사자 수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한복 디자이너와 원단, 부자재, 자수, 금박, 가채 등 유관산업 종사자까지 합하면 약 30만명 정도가 한복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어림 추정될 뿐입니다. 영세업자가 많다 보니 세금계산서도 발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조합이 자체 교육을 통해 시정해가면서 자연스럽게 한복산업 전반에 관한 폭 넓고 정확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복의 생활화를 위해 원 이사장은 대중홍보와 교육, 산업기반 강화에 주력할 계획. 또 대중문화 감시 활동도 강화할 생각이다. 한 주류업체가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등장하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답답함을 벗는다'는 문구와 함께 두루마기 고름을 풀어헤치는 장면을 쓴데 대해 삭제를 요구한 것이 그 예다. "고름 위치가 정반대인 광고사진들도 허다하죠. 실수라고 웃어넘기기엔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대접하는 수준이 너무 낮아 안타까워요."
원 이사장은 "어떤 사회든 옷, 특히 전통 복식은 그 사회의 문화적 수준과 함께 간다"며 전통의 가치를 대접하는 문화적 풍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복은 막 입는 청바지가 아닙니다. 불편해서 안 입는다지만 그 불편함을 고상한 의전으로 존중하는 것이 바로 전통 복식 문화를 즐기는 핵심이에요.
혼자서는 입기조차 불가능한 기모노가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그 복잡한 착용법을 최상급의 전통과 의전으로 재창조해낸 국민성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원 이사장은 2003년 사극 드라마 의상제작에 대한 연구로 현직 한복 디자이너로는 처음 명지대에서 의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