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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작가 한운사씨 '장기영 전기' 펴내/ "百想은 최강 CEO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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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작가 한운사씨 '장기영 전기' 펴내/ "百想은 최강 CEO의 원조"

입력
2006.10.0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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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은 꿈이 큰 야심가였고, 쉬지 않고 노력한 정열가였습니다.”

원로 작가 한운사(86)씨가 백상(百想) 장기영(1916~1977) 전기 ‘한국적 최강 CEO 장기영, 뛰면서 생각하라’(동서문화사)를 썼다.

백상은 한국일보를 창립한 언론인으로, 경제개발 계획을 주도한 경제관료(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로, 한국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금융인으로, 대한체육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낸 체육인으로,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한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가 이처럼 다양한 이력을 쌓은 것은, 아이디어가 남다른데다 ‘인간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일에 열중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오랫동안 모아온 자료 및 백상과 교류한 주변 인물들의 증언 등을 수집해 써내려 간 이 책을 통해 백상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가 백상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54년 가을. 강원 원주시에서 교사로 일하던 중 서울에 들렀다가 한국일보에서 근무하던 대학 동창생 천관우 기자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가 다짜고짜 당시 한국일보 사장이던 백상에게 끌고 가는 바람에 그 길로 한국일보 사람이 됐다고 한다.

천관우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얼마 뒤 미군 연락장교로 일하던 홍승면을 백상에게 데리고 가 한국일보 기자로 만들었다. 꼭 그런 인연 때문은 아니겠지만, 백상은 천관우 한운사 홍승면 ‘3인방’을 무척 아꼈다고 작가는 회고했다. 한운사씨는 문화부장을 지내고 57년 봄 한국일보를 그만 둔 뒤 전업 작가로 나섰지만, 백상은 그 뒤로도 각별한 정을 주었다.

책은 백상을 중심으로 펼쳐진 50, 60년대 우리 경제계와 언론계의 에피소드를 가득 담고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한운사씨는 “백상은 세단(승용차)이 아닌 지프(사륜구동)를 타고 다녔는데, 그 이유를 묻자 ‘24시간 뛰어야 하는데 갑갑하게 세단을 탈 수 있습니까’라고 할 정도로 일에 관한 한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의 위축된 얼굴을 보면 ‘이놈들아, 정신 차려!’라며 호통치던 백상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고, 세상 사는 법도 갖고 있겠지만 백상이 보여준 기백, 도전, 야망 등은 요즘 젊은이들이 배워도 좋을 것 같아 책을 썼다고 그는 말했다.

일에 관한 한 누구보다 앞장 서고, 부하 직원들을 정신없이 몰아 붙이면서도, 밑창이 떨어진 직원의 구두를 보고는 슬며시 구두 값을 쥐어주던 백상을, 작가는 한국형 최고경영자(CEO)의 원조라고 평가했다.

글=박광희기자 khpark@hk.co.kr사진=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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