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囚衣 입은 부자 '9년만의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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囚衣 입은 부자 '9년만의 상봉'

입력
2006.10.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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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애비 만나서 고생이구나” “그 동안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해요”

2일 낮 강원 원주시 원주교도소. 차가운 창살 아래 9년 만에 마주 선 아버지(48)와 아들 (18)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뜨겁게 부둥켜 안았다. 부자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됐다. 아버지의 푸른 색 수의(囚衣)와 아들의 푸른색 소년원 교복은 어느새 흘러내린 눈물로 흥건해졌다. 추석(6일)을 맞아 법무부가 9년 여간 만나지 못한 부자의 가족관계 회복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비극은 1997년 시작됐다. 아버지는 엄마 없이 자란 외동아들이 친구들의 따돌림을 받자 홧김에 술을 먹고 꾸짖으러 갔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아들 친구와 말다툼 끝에 흉기로 찔러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살인죄로 징역 15년을 받았다. 9살 어린 나이에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들도 방황을 거듭하다 지난해 10월 강도 혐의로 보호처분을 받고 서울소년원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9년 새 주름이 부쩍 늘었다. 꼬마였던 아들은 벌써 건장한 청년의 티가 났다. “아버지, 저 잘못을 뉘우치고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요. 8월에는 고교 졸업 검정고시에도 합격했어요. 소년원 창업반 장학생으로 뽑혀 매달 20만원씩 창업 자금도 받고 있어요.” “고맙고 대견하구나. 나 대신 너를 돌봐주는 분들 은혜를 갚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아버지와 아들은 부여잡은 두 손을 놓지 못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다. 헤어져야 한다. 아들은 울먹이며 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렸다. “내년 4월 퇴원해서 다시 올게요.”“많은 이야기 해주고 싶지만 떳떳하지 못해 말 못하는 못난 애비 마음을….” “그런데 편지는 왜 안 보내주셨어요.” “응, 요즘 원예 기술 배우느라 정신이 없어서.”뒤돌아서던 아들은 말없이 달라이 라마의 ‘용서’라는 책을 건넨다. 아버지를 만난다는 설레임에 고르고 고른 선물이다. ‘아버지를 용서합니다.’

아들은 퇴원하면 후원 기관의 도움으로 필리핀에 가 어학연수를 하고 대학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5년10개월 뒤 출소하는 아버지는 원예 관련 자격증을 따서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설 꿈을 키우고 있다.

원주=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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