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애초부터 관세 철폐 유보 품목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던 것으로 1일 밝혀졌다. 이 때문에 민간 분야의 의견 수렴 과정도 다분히 구색 맞추기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에 따르면 협상 주관 부처인 외교통상부는 지난 4월 18일 각 부처에 보낸 ‘한미 FTA 상품 양허안 작성 방향’이란 공문에서 “협상의 모멘텀 유지를 위해 양허 제외 품목을 최소화하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적시했다. 졸속 추진 논란이 거세지던 때였고, 1차 본협상 이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처음부터 대폭적인 양보를 전제로 협상을 추진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ㆍ캐나다 FTA 협상과 관련 외교부가 지난 2월에 발송한 공문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실제로 우리 협상팀이 지난 8월 미국측과 교환한 관세양허안에서 국내 산업기반 보호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세 철폐 유보 리스트에 올린 품목은 전체 9,000여개 중 2개 뿐이었다. 농수산물을 제외한 가공식품ㆍ공산품 중 이미 확인된 ‘초음파 영상진단기’와 ‘자기공명촬영기’(MRI) 등 2종의 의료기기 외엔 유보 품목이 아예 없었다.
정부가 그간 양허안 작성시 관련업계나 각종 협회 등 민간부문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해온 것도 사실과 달랐다. 지난 5월 9일 재경부가 양허안 작성에 참고하라며 타 부처에 보낸 업계 의견서 등을 보면 관세 철폐 유보 또는 현행 관세율 유지를 요구한 품목은 시멘트ㆍ합판 등 확인된 것만 60여 개이지만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이 의원측은 “1차 양허안이라면 협상 과정에서 주고받을 것을 예상하고 유보 품목을 늘리는 등 최대한 보수적으로 작성하는 게 협상의 기본일 것”이라며 “정부가 우리 상품에 대한 안전장치보다는 협상을 지속하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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