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였던 유석춘 연세대 교수가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뉴 라이트(새로운 우파) 계열의 정치 참여가 본격화하고 있다. 뉴 라이트라고 해도 단체마다 성향과 노선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뉴 라이트로 통칭되는 단체들 모두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쨌든 뉴 라이트가 보수 대단결의 기치를 내걸고 단기적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내지는 범보수 연합 후보의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좌우 대립 부추기기는 곤란
뉴 라이트라는 명칭이 우리 귀에 익숙해진 것이 1년 남짓인데 벌써 이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일부 언론의 적극 지원 덕분이었든 한나라당의 무능 때문이었든 그 주장과 발언이 상당한 호소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정치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에 뉴 라이트의 정치 참여를 시비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뉴 라이트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우리 사회를 지나치게 좌와 우의 대립구도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뉴 라이트 도약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현 정권이다. 현 정권은 거친 목소리로 개혁을 외쳤지만 사회세력 간 이해 조정에 실패함으로써 갈등과 대립을 확산시켰다.
그런 좌충우돌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로써 말이 많은 행태가 앞장을 섰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쳤으니 정권의 실정과 이념을 맹렬히 비난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국민에게 설득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노 정권이 실패한 것은 정치를 잘못해서이지 좌파적 의식이나 정책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민주노동당과 노동자ㆍ농민단체의 비난을 받는 정권이 무슨 좌파이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의 과제는 번듯한 꼴도 갖추지 못한 무늬만 좌파의 득세를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동력을 잃은 경제를 살리고 북한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싫든 좋든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 대세를 수용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중산층의 붕괴와 빈곤층의 확대를 치유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1997년의 외환 위기 이후 연이은 좌파의 집권으로 대한민국 우파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파가 성취한 건국과 산업화의 업적은 좌파의 희생과 고통으로 맺어진 업적으로 포장됐다.
이제 우리는 좌파의 공격과 비난 앞에서 무기력해진 우파의 가치와 업적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고 발전적으로 계승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2005년 11월 7일 뉴 라이트 전국연합 창립선언문)는 식으로 좌파 공격을 통해 우위를 점하려는 뉴 라이트의 노력은 초점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본다.
● 미래사회 비전을 제시해야
지금 우리 사회의 총체적 문제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온통 부정적으로만 보는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득세해서 발생한 것일까?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 청산을 외면하고 말기에 독재로 흘렀다는 점을 비판하지 않을 수야 없지만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고 출범 당시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로 인정 받은 정통성마저 깡그리 부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박정희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집권 연장을 위해 국민의 자유를 억압한 사실을 부인할 수야 없지만 국민적 힘을 결집시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업적마저 깡그리 부정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런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이 사회의 주류일 것 같지는 않다.
뉴 라이트의 장기 목표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지금 필요한 것은 좌파같지 않은 좌파에 대한 비난보다는 이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자고 하는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이라고 본다. 상대의 세계관과 실패를 말로써 공박만 하다가는 대선의 광풍이 지나고 나면 결국은 무늬만 좌파들과 똑같이 초라한 처지가 될 것이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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