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미8군사령부가 사실상 깃발을 내리는 것은 한미 군사동맹 차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물론 미8군사령부는 그동안 전투지휘사령부의 기능을 상실하고 ‘서류상의 사령부’로 전락한 지 오래여서 사령부 깃발을 내리더라도 주한미군의 전력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미8군사령부의 재편은 미군이 추진하고 있는 군사변혁의 결과물이다. 우리 국방부에 따르면 1ㆍ3ㆍ5ㆍ6ㆍ7ㆍ8군사령부로 구성된 미 육군의 야전군은 앞으로 작전지원사령부(UEy) 체제로 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미8군사령부도 UEy로 변모를 서두르고 있다. 미8군에서 변화하는 UEy가 한국에 남을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8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501정보여단과 1통신여단 19지원사령부 등 전투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미8군 예하의 부대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남을 전망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예하부대를 포함한 미8군의 주된 기능이 유사시 증파되는 전력의 전개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시 증원계획이 사라지지 않은 이상 한반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령부 깃발을 내리는 지휘체계의 변화일 뿐이지 예하전력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미8군이 UEy로 바뀐 뒤 한반도를 빠져 나가더라도 군사령부와 직접 관련된 수십명의 병력만 이동할 것이란 게 국방당국의 예상이다.
미8군의 변화는 2사단이 미래형사단(UEx)으로 전환을 완료한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UEx는 유사시 증원군을 포함해 5, 6개 정도의 여단급 전력을 운용하는 거점사령부다. 당시 미8군 예하의 17항공여단과 8인사사령부가 2사단 UEx로 통합되면서 전시 증원전력의 지원을 임무로 하는 미8군의 기능은 이미 상당히 축소됐다.
미8군이 재편되고 UEy가 해외로 이동할 경우 주한미군의 지휘관계는 상당히 간소해진다. 2사단UEx는 신설되는 주한미합동군사령부(USJTF_K)의 직접 지휘를 받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전시 작전지휘권을 한국군이 단독으로 행사하면 한미연합사(CFC)가 해체되기 때문에 USJTF_K와 연합군사령부(UNC)의 관계가 어떻게 결정될지는 유동적이다.
벨 사령관은 그동안 “한국군이 전시 작전권을 행사할 때 미군은 지원 역할만 하게 된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는 29일에도 “유엔사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함으로써 주한미군이 연합사의 모자를 쓰고 전시 작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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