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대폭 증가하거나 원가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매출의 대폭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데 있다. 미국 경기 둔화로 수출 수요가 약해진데다 국내 경기 역시 매출을 부양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00년 초처럼 금리 하락으로 금융 비용이 줄어들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낮출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다. 금리가 낮은 수준이어서 추가적인 금리 하락으로 생기는 한계 효과가 상실됐고, 인건비 구조도 개선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매출 정체가 예상되는 현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주목 받는 이유다.
물론 9월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본격화됐다고 해서 당장에 실적 호전이 가시화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3분기 실적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별개인데, 10월에 발표되는 수치들은 1월과 1분기에 발생한 환율과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기업들이 얼마나 적응했는지 판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3분기 실적이 전분기에 비해 증가했다면 이는 시장에 일정한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는 향후 이익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3분기는 외부적 상황이 원가 구조를 악화시키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익이 바닥을 형성했다면 이는 우리 기업들이 최악의 외부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키웠다는 의미가 된다. 9월 이후 상황 변화를 감안할 때 호전 정도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익 반전과 함께 향후 이익의 안정성도 향상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는 경기 호황기 때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 경기가 나쁠 때는 고정비 증가로 인해 매출이 줄면서 이익이 줄어드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만큼 수익구조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였는데, 올 상반기 이익 감소가 15% 수준에 그침으로써 이제는 어지간한 상황 악화에도 이익의 대폭 증감이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처럼 이익의 안정성이 높아진 것은 시장의 매력이 높여 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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