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ㆍ보물 제850호)를 전국 답사를 통해 그린 게 아니라 집에서 그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이기봉 박사는 28일 ‘조선의 고지도와 김정호’ 제목의 강연록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강연록은 29일 인문주간 행사로 열리는 규장각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 박사는 “김정호는 위대한 지도 편집자였지만 대동여지도를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집에서 그렸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김정호는 조선지도 최대ㆍ최고 지도로 꼽히는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동국여지승람’,‘문헌비고’ 등 지리지는 기존 지도를 모아 놓고 자신의 서재에서 여러 지리 정보를 간추려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청구도, 동여도, 대동여지도에는 충청도 해미현(현충남 서산시 해미면) 근처 서면 지역이 모두 잘못 표기돼 있다”며 “이는 잘못된 지리지와 지도를 그대로 옮겼기 때문”이라며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대한지리학회 학회지에도 김정호가 백두산을 여러 차례 오르고 전국을 돌아다녔다는 내용이 실릴 정도로 잘못된 학설이 일제 시대 이후 수십 년 동안 사실로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그러나 김정호가 답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의 업적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호는 지도 범례를 따로 표로 만들어 예시하거나 찾기 쉽게 색인표를 제시하고 큰 지도를 엇갈리게 2권으로 나눠 출간하는 등 지도 제작의 선구자이자 우리 문화의 자랑”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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