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변전소 주변의 야산과 주택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경기 의왕ㆍ과천시 일대와 서울구치소는 27일에도 부분적으로 물과 전기가 끊기는 등 불편이 이어졌다. 이 지역에서 대규모 고압선로 화재가 발생한 26일 경기 연천에서는 오모(45)씨가 고압전선에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의왕상하수도사업소는 고장 난 전기시설은 응급 복구했으나 송수관로와 원수관로 곳곳이 전기 충격으로 깨지면서 내손 1, 2동과 청계동 일부 지역 주민들이 이틀째 수돗물을 공급 받지 못했다. 시는 비상급수차 11대를 동원, 비상 급수에 나섰다.
서울구치소는 이틀째 비상관리 시스템을 가동했다. 수도와 전기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재소자 2,700여명과 직원 1,000여명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식수를 포함한 물을 소방차와 비상급수차로 퍼 나르고 있지만 고작 세면할 수 있을 정도다.
재소자들은 전날에 이어 건빵, 우유 등 비상 식량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수도관 전체를 뜯어내고 전기도 새로운 기계를 들여와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며 “정상 복구 까지는 최소 1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틀 동안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기로 했던 미결수 60여명은 성동구치소로 옮겨졌다.
전날 불이 났을 때 서울구치소 내는 아수라장이었다. 화재 당시 면회 대기중이었던 박모(35)씨는 “청계산 쪽에서 불길이 솟아오르자 100명 넘는 면회객이 접견장에서 뛰쳐 나왔다”며 “다른 출입구는 다 잠겨있고 면회 대기실로 나가는 문 하나만 열려 있는 상태라 면회객들이 혼비백산하며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한전 관계자, 화재 감식반, 전기 분야 교수와 함께 현장 감식을 벌였다. 하지만 “크레인이 고압선을 건드려 평소보다 훨씬 센 1만6,000암페어의 전류가 흐르는 바람에 불이 났다”는 한국전력의 주장에 대해 크레인 기사 서모(50)씨는 “야산 철탑에 먼저 불이 나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크레인 위로 떨어졌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압선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 만 볼트의 초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로가 주택가 위로 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고압선로는 변전소와 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선로와 변전소와 주상(柱上) 변압기를 잇는 배전선로로 구분되는데 송전선로 중 상당 부분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피복을 입히지 않아 전도체가 근처 1.5m만 접근해도 스파크가 튀어 과전류가 흐른다.
전기사업법은 이 때문에 송전선로와 배전선로 모두 지역에 따라 5~6m 이상의 높이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신증축 되는 건물들이 고층으로 지어지고 있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선로높이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어 한전 내부에서도 최소 15㎙이상 높이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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