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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이웃집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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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이웃집 여자

입력
2006.09.2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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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게 '이웃집 여자'란 어쩐지 푸근하고 친근하고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존재일 것이다. 비슷한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연대감과 때론 근친적인 에로틱함을 아슬아슬 느끼게 하는.

한 남자 후배가 20대 시절 여자대학 근처에 원룸 스튜디오를 얻었단다. "여대생들이 많이 살 것 같아서요." 그가 이사를 하고 며칠 뒤 밤, 벨소리에 나가봤더니 옆 호실 여자더란다.

"한국어 학당에 다니는 일본사람이었는데요." 그녀가 상기된 얼굴, 서툰 한국말로 묻더란다. 자기 속옷이 없어졌는데 당신이 가져간 게 아니냐고. 아니라고 하자 그녀는 못미더워하는 얼굴로 돌아가더란다. 며칠 후 또 그녀가 찾더란다.

자기 방 오디오가 갑자기 자꾸 꺼지는데 당신이 리모컨으로 장난하는 게 아니냐고. "아니라고 했는데 방을 좀 조사해봐야겠다는 거예요. 그러라고 했죠." 그녀는 리모컨을 찾아 방을 뒤져본 뒤에야 돌아갔단다.

역시 원룸에 사는 한 친구한테 이 얘기를 깔깔거리며 전해줬더니 그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가능성은 상상도 못해봤거든. 근데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 요즘 내 방 텔레비전이 자꾸 꺼지는데, 내 옆방에도 이상한 여자가 살아."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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