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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끝없는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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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끝없는 진화'

입력
2006.09.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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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생명보험 보험설계사 차모(31)씨는 2004년 8월 위암 말기인 어머니(56)를 살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본 요코하마(橫濱)의 암 전문병원에 어머니를 입원시켰다. 2차례 수술 뒤 어머니 명의로 가입한 B생명보험으로부터 600만원의 보험금이 나오자 차씨는 범죄의 유혹에 흔들렸다. 자신이 제출한 서류 그대로 단 한번의 확인 전화도 없이 보험금을 내줬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인 차씨는 생명보험사들이 외국병원 치료 기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그는 일본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종이를 사 가짜 직인을 찍고 병원 이름을 새겨 위조 진단서와 수술 증명서를 만들었다. 미국의 한 의대 출신으로 국내 명문 사립대에 교환 학생으로 왔다 중퇴한 차씨는 진단서에 온갖 생소한 의학 용어까지 동원, 생명보험사의 의심을 피했다.

차씨는 이렇게 해서 29회에 걸쳐 8,000여만원 타냈다. 심지어 어머니가 숨진 지난해 5월 이후에도 보험금을 받아 냈다. 해외의 피보험자가 사망해도 자진 신고가 없으면 보험사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씨는 잦은 보험금 청구를 이상하게 여긴 B사의 신고 등으로 결국 27일 서울경찰청 외사과에 사기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됐다.

외국병원 치료 기록 위조로 국내 보험금이 술술 새고 있다. 7월에는 1999년 고향 선ㆍ후배 14명을 모아 여행자보험에 가입시킨 뒤 중국 현지에서 위조된 입원치료 서류를 만들어 보험금 3,250만원을 타낸 모 정당 지구당 위원장 이모(63)씨가 범행 7년 만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는 보험업계에 외국병원 치료 기록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A사는 해외 보험금 청구가 2004년 80건에서 2005년 190건으로 늘었지만 미국 일본 중국에만 직원 1, 2명이 파견돼 몇몇 의심할 만한 사항을 유선으로 확인하는 정도다. C사의 경우 아예 유선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가 제출한 진단서를 그대로 받아 인정할 뿐 진위 여부를 확인할 별도의 시스템은 사실상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의 이런 허점을 이용해 부당한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해외 보험금 청구제도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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