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10분께 경기 의왕시 포일동 청계정수장 신축공사현장 인근 고압송전선로에서 변압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큰 불이 났다.
이 불은 송전선로를 타고 순식간에 인근 서울구치소와 포일동 삼호아파트, 경기 과천시 문원동 등 주택가와 청계산, 청계터널로 번지면서 반경 4㎞내 20여 군데를 동시다발로 태우고 50분만에 꺼졌다. 서울구치소 정문 초소와 경비교도 숙소 건물 일부도 불에 타 면회객 수백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4시간동안 정전이 발생하면서 소요에 대비해 경찰병력 1개 중대가 긴급 투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신축 공사현장과 2㎞ 떨어진 한전 과천변전소로는 다행히 불길이 옮겨가지 않았다.
과천시 문원동 ‘참마을’ 김승섭(49)씨는 “갑자기 ‘쉬익’하는 소리가 나 밖으로 나가보니 고압선 4가닥이 옆집과 앞집 지붕 위로 떨어졌고 2가닥이 또 떨어지면서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화재로 한옥 20여채가 있는 ‘참마을’에서는 3채가 불탔으나 인명사고는 없었다.
불이 나자 과천소방서 등 경기도내 8개 소방서에서 소방헬기 4대, 소방차 64대와 소방대원 350여명을 출동, 오후 3시5분께 큰 불은 잡았다. 잔불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 불로 성남과 안양 과천 의왕 수원 용인은 물론 서울 강남ㆍ서초구 일부지역 등 모두 8,000여 가구가 한시간 넘게 전기가 끊겼고 과천과 의왕 지역 주민 등 수백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또 건물 6개동과 비닐하우스 19개동이 불에 탔고 마을주민 2명이 화상을 입었다. 과천변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의 전원이 차단돼 일부 인터넷사이트에서 장애가 일어나기도 했다.
과천변전소 관계자는 “크레인이 15만5,000볼트의 고압 송전선로를 건드리면서 누전으로 변압기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전력 과부하가 발생하면서 신성남변전소∼과천변전소간 고압 송전선로 곳곳이 끊겨 내려 앉으며 동시다발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 인부 최모(47)씨는 “크레인은 정상적으로 작업 중이었고 고압선에서 먼저 스파크가 일더니 순식간에 전선이 녹아내렸다”고 말해 사고원인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진화 작업 여파로 과천∼의왕고속도로, 과천∼ 사당 남태령 고갯길이 밤 늦게까지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