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된 날 박주영(21ㆍ서울)의 미니홈피는 ‘개점 휴업’ 상태였다. 사진첩과 게시판, 그리고 방명록까지 메뉴에서 모두 사라졌다. 스물 한 살의 촉망 받는 스트라이커 박주영의 성장통이 길고도 외롭다.
‘축구천재’ 박주영이 또 다시 베어벡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26일 오전 발표한 가나와 시리아전에 대비한 31명의 예비명단에 박주영은 없었다. 벌써 두 번 연속 엔트리 제외다. 아시안컵 2차 예선 이란 및 대만과의 홈경기에서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던 박주영은 ‘3기 베어벡호’의 31명이나 되는 예비 명단에서도 빠졌다.
가나전(10월8일)과 시리아전(11일)에 맞춰 베어벡 감독은 젊은 피들이 대거 포함된 31명의 예비 명단을 발표했다. 설기현(27ㆍ레딩), 이천수(25ㆍ울산), 조재진(25ㆍ시미즈), 정조국(22ㆍ서울) 등 베어벡호의 주전 공격수들이 고스란히 포함된 가운데 박주영은 또 다시 제외됐다. 최근 K리그에서 페이스를 회복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박주영의 탈락은 의외다. 박주영을 대신해 소속팀에서 맹활약중인 ‘왼발의 달인’ 염기훈(23ㆍ전북)이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박주영의 탈락은 도하아시안게임 엔트리 제출과 연계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베어벡 감독은 27일 오전 11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게임 엔트리 20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박주영은 ‘베어벡호 3기’ 예비 명단에서 제외돼 아시안게임 출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비록 올시즌 K리그에서의 활약이 미비했다곤 하지만 세계청소년선수권과 월드컵 등 큰 대회 경험이 많은 그는 ‘무혈입성’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명단에서 23세 이하 공격수는 최성국(23) 이종민(23ㆍ이상 울산) 정조국 염기훈 등 4명이다. 아시안게임 제출 엔트리가 20명임을 감안하면 공격수의 숫자가 5명 이상 되기는 어렵다. 박주영에게 있어 병역 혜택의 기회인 아시안게임 출전이 자칫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베어벡호 2기’에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던 차두리(26ㆍ마인츠)는 ‘3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차두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대표팀에 소집돼지 못해왔다. 재활 중인 박지성을 제외한 해외파들이 모두 모인 3기 베어벡호는 오는 5일 오후 4시 파주NFC에 모여 첫 소집훈련을 가질 예정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9월26일 발표)
▲GK=이운재(수원), 김용대(성남), 김영광(전남), 정성룡(포항)
▲DF=김영철, 김상식, 장학영(이상 성남), 정인환(전북), 조원희, 송종국(이상 수원), 김치곤(서울), 김치우(인천), 김동진(제니트), 이영표(토트넘), 김진규(이와타), 차두리(마인츠)
▲MF=김남일, 백지훈(이상 수원), 김두현(성남), 오범석(포항), 권집(전북), 오장은(대구), 이호(제니트), 김정우(나고야)
▲FW=이천수, 최성국, 이종민(울산), 정조국(서울), 염기훈(전북), 설기현(레딩), 조재진(시미즈)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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