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 심장부’라 불리는 관제탑을 진두지휘하는 여성 최고 책임자가 탄생했다.
서울지방항공청 김포공항관리사무소는 26일 김포공항 관제탑장에 정혜인(37)씨를 임명했다. 관제탑장은 관제사 중의 으뜸으로, 국내 14개 공항에 근무하는 항공교통관제사 437명(여성 87명) 중 여성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정씨는 한국항공대학 항공관리학과(현 항공교통물류학부)를 졸업하고 1992년 서울지방항공청에 9급직원으로 들어가 줄곧 김포공항 관제탑과 레이더접근 관제소에서 일해온 관제 베테랑이다. 24시간 철야 근무로 이어지는 관제 업무의 성격상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통했지만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다.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순간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김포공항에만 하루 300여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아무리 작은 새 한 마리라도 시속 1,000㎞의 항공기에 부딪치면 수십톤에 달하는 충격을 주기 때문에 잠시라도 긴장을 늦췄다간 대형 사고와 직결될 수 있다. 정씨는 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 준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며칠씩 고생하기도 하지만 커다란 항공기가 안전하게 뜨고 내리는 순간을 볼 때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항공 수요의 폭증으로 ‘하늘에 조종사가 있다면 땅에는 관제사가 있다’고 하는 만큼 관제탑장의 책임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씨는 “대한민국 관제사의 기량은 세계 일류 수준”이라며 “관제사 스스로 항공교통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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